적양파 껍질로 만든 바이오 필름이 태양전지의 내구성을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일상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태양전지는 자외선에 의한 열화가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핀란드와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25일 국제 학술지 'ACS Applied Optical Materials'에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적양파 껍질에서 추출한 색소를 셀룰로스 유래 바이오 필름에 발라 부착, 태양전지의 내구성 강화에 성공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은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전지를 나열한 것"이라며 "이 태양전지는 태양빛으로 작동하지만 자외선에 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태양전지 보호 필름은 폴리불화비닐(PVF)이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 석유계가 사용됐지만 비싼 데다 환경에 악영향을 줬다"며 "식물 유래의 나노 셀룰로스를 찾기 위해 조사를 거듭했다"고 전했다.
나노 셀룰로스는 농업이나 임업 폐기물 등에서 얻는 식물의 세포벽 주성분 셀룰로스를 나노 수준까지 잘게 만든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자외선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없는데, 연구팀은 나노 셀룰로스와 결합해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막을 천연 유래 소재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철 이온과 식물에서 뽑아낸 생체 고분자 리그닌 나노입자, 그리고 적양파 껍질에서 추출한 색소 안토시아닌 등 세 가지 소재를 각각 섞은 나노 셀룰로스 필름을 준비했다. 이들 필름을 실험용 색소 증감형 태양전지에 붙여 자외선 램프 아래에 1000시간 노출했다.

색소 증감형 태양전지는 식물 광합성 구조를 모방했다. 일반 태양전지처럼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고, 특수한 색소(염료)가 빛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한다.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제작비가 싸고 흐린 날이나 실내 등 빛이 약한 장소에서도 비교적 발전이 쉽다.
연구팀 관계자는 "태양전지 보호필름의 핵심은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발전에 필요한 가시광이나 700~1200㎚(나노미터)의 적외선은 투과하는 점"이라며 "가장 뛰어난 결과를 보인 것은 뜻밖에도 적양파 껍질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 색소 필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적양파 필름은 400㎚ 이하의 자외선을 99.9% 차단하는 반면 태양전지가 전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가시광선은 80% 이상 계속 투과했다"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PET필름의 성능마저 뛰어넘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험에서 리그닌은 자외선은 흡수했지만 발전에 필요한 빛까지 차단해 버렸다. 철 이온 처리 필름은 처음에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다 성능이 급격히 떨어졌다.
학계는 적양파 염료 필름은 차세대 태양전지로 통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나 유기 태양전지 등에도 이용 가능한 점에 주목했다. 응용 범위도 넓고 제작비도 싸 태양발전의 양상을 바꿀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