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벌(Velvet ant)이 빛의 99.5% 이상을 흡수하는 압도적인 울트라 블랙(ultra black) 위장색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트라 블랙은 표면에 비추는 빛 반사량이 불과 0.5% 미만인 흑색을 의미한다.

브라질 트리앙굴로미네이로 연방대학교 곤충학자 비니시우스 마르케스 로페즈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개미벌은 벌목 곤충이지만 암컷은 날개가 없고 개미처럼 지상에서 활동하는 독특한 곤충이다.

연구팀은 브라질에 널리 분포하는 개미벌의 일종 트라우마토무틸라 비푸르카(Traumatomutilla bifurca)를 장기간 관찰했다. 자연계의 동물 일부는 원래 울트라 블랙 색상을 갖고 있는데, 이 종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브라질에 서식하는 개미벌의 일종 트라우마토무틸라 비푸르카. 암컷이 몸에 두른 까만 위장색은 빛 흡수율이 99.5%나 된다. <사진=비니시우스 마르케스 로페즈>

비니시우스 교수는 "트라우마토무틸라 비푸르카는 검은색과 흰색이 뒤섞인 특징적인 무늬가 인상적"이라며 "이 곤충의 암컷이 가진 검은색은 빛의 99.5% 이상을 흡수하는 울트라 블랙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암컷의 외골격에는 밀집된 털이 층을 지어 돋아나고, 그 아래에 판상형 구조가 복잡하게 늘어서 있었다"며 "이 특수한 구조로 인해 매끄러운 표면보다 빛이 훨씬 흡수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트라우마토무틸라 비푸르카의 암컷은 가시광선은 물론 자외선도 대부분 흡수한다. 불가시 영역의 파장을 이용해 사냥하는 은밀한 포식자에 대한 방어 체계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오리엔트재팬이 2020년 공개한 흑색무쌍. 2024년 개발된 닉실론은 페인트는 아니지만 이보다 빛 흡수율이 0.1% 높다. <사진=光陽プロダクト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りんご + 黒色無双' 캡처> 

비니시우스 교수는 "트라우마토무틸라 비푸르카의 암컷이 울트라 블랙 위장색을 가진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아마 천적의 눈을 피하는 천연 위장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개미벌이 단단한 외골격과 독침으로 강적의 공격을 피한다고 여겨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수컷이 가진 검은색은 울트라 블랙이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돼 이 곤충의 생태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증폭됐다.

개미벌 암컷이 가진 울트라 블랙은 군 위장막 등 수요가 적잖아 인위적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일본 도료 회사 오리엔트재팬은 2020년 빛 흡수율이 99.1%인 초저반사도료 흑색무쌍을 발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는 지난해 빛을 99.3%까지 흡수하는 목재 기반 신소재 닉실론(Nxylon)을 내놨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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