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뇌신경세포 8만4000개를 시각화한 3D 지도에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베일러의과대학교, 앨런뇌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를 통해 모래알만 한 쥐의 뇌 단편 속 신경세포를 옮긴 3D 지도를 선보였다.
이 3D 지도는 쥐의 시각을 관장하는 뇌 시각야를 담았다. 재구축한 지도는 불과 1㎣ 크기의 뇌 단편에 포함된 신경세포 8만4000개 및 5.4㎞에 달하는 신경섬유, 5억 개 넘는 시냅스로 구성된다.
쥐의 뇌 시각야 3D 지도는 마이크론(MICrONS, Machine Intelligence from Cortical Networks)으로 명명된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미국 정보고등연구기획국(IARPA) 및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했다.

연구팀은 쥐가 영화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동안 시각야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뇌 활동을 특수 장비로 기록한 뒤 뇌 1㎣ 분량을 2만5000매 넘는 초박편으로 가공하고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이후 인공지능(AI) 및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뇌내 세포들의 연결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실험 관계자는 “지난 7년간 150명 넘는 과학자가 마이크론 프로젝트에 참여해 거둔 이번 성과는 인간 게놈 연구에 버금가는 위대한 것”이라며 “은하의 별들을 닮은 시각야 3D 지도는 정보량이 1.6 페타바이트나 될 만큼 방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6 페타바이트는 HD(720 해상도) 동영상 약 22년 분량에 해당한다”며 “수많은 시냅스도 그렇지만 신경세포의 가지, 즉 축삭 길이만 수 ㎞나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3D 지도에서 새로운 세포형과 그 특성까지 밝혀냈다. 특히 놀라운 발견은 신경세포가 뇌내 활동을 억제하는 구조다.

실험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세포는 단순히 다른 세포의 기능을 약하게 만든다고 여겨졌다”며 “억제성 세포는 실제로는 기능을 줄일 대상을 엄밀히 선택하고 조정하는 세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흥분성 세포를 동시에 제어하는 억제성 세포가 있는가 하면, 특정 세포만을 목표물로 삼는 억제성 세포도 있었다”며 “뇌 구조의 해명과 더불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자폐증,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법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생물의 뇌 단편을 지도로 만드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뇌과학자들은 무려 12년을 들여 완성한 노랑초파리 유충의 뇌 커넥톰(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을 2023년 공개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