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에 불법 투기된 산업폐기물 통 주변의 흰색 고리의 정체가 밝혀졌다.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SIO)는 15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유기된 산업폐기물 통 주변의 하얀 고리는 유독한 강알칼리성 물질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SIO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산타 카탈리나 섬 앞바다에 대량 분포하는 산업폐기물 통들을 2020년부터 조사했다. 통의 주변에는 대부분 원인 불명의 하얀 침전물 고리가 형성돼 눈길을 끌었다.
조사 관계자는 "이곳 바다에는 50여 년 전 화학물질과 산업폐기물을 채운 통이 무더기로 버려졌다"며 "반세기가 넘게 지나도록 그 악영향이 사라지지 않고 해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이 해역에는 방사성 폐기물부터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 화학약품, 석유 굴착 부산물, 심지어 군용 폭발물이 투기됐다"며 "해양 탐사 로봇이 2020년 우연히 이 일대를 조사하면서 심각한 상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SIO가 2021~2023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당 해역에는 무려 2만7000개가량의 폐기물 통이 버려졌다. 담긴 물질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그 주위에 하얀 침전물 고리가 펼쳐졌다.
연구팀은 당초 흰 고리가 살충제 DDT의 영향이라고 의심했다. 다만 일부 통 주변의 물질을 분석한 결과 퇴적물의 DDT 농도는 미미했다. 대신 pH 12 전후의 매우 강한 알칼리성 물질이 검출됐다.
조사 관계자는 "DDT는 물에 잘 녹지 않고 pH 수치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pH 12의 강알칼리성 환경에서는 어지간한 미생물도 살 수 없다. 그야말로 통 주변의 하얀 고리는 죽음의 표식"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다량의 통으로부터 확인된 강알칼리성 물질의 기원은 특정하지 못했다. DDT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의심되는데, 석유 정제 과정에서도 비슷한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조사가 더 필요하다.
통 주변에 흰색 원이 만들어지는 구조는 해명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누출된 강알칼리성 물질은 바닷물의 마그네슘과 반응해 수활석을 생성했다. 수활석은 콘크리트와 같은 껍질이 되고 천천히 녹아 퇴적됐다. 통 주변 바닷물에 탄산칼슘이 침착되면서 흰 가루 같은 고리가 형성됐다.
조사 관계자는 "50년 넘게 지났는데도 이 정도로 폐기물의 영향이 남아 있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강알칼리성 물질을 DDT와 마찬가지로 유독한 오염물질로 취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