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계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진행 중인 중국 정부가 이번엔 예능 프로그램을 정조준했다. 지나치게 오락성을 추구하는 일부 예능이 국민 정서에 해롭다는 이유로 들었다. 현지 방송가에서는 20년 넘게 방송된 ‘쾌락대본영’ 등 인기 예능들이 대폭 물갈이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중앙선전부와 국가광파전시총국은 전날 상하이·장쑤·저장·후난 등 4개성 주요 방송사 관계자들을 불러 예능 프로그램의 과도한 오락성을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중앙선전부는 “TV 프로그램의 목적은 공익을 우선시해야 마땅하다”며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관을 지키고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나 노동자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TV 방송국들은 오락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예능 방송을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국 본연의 역할은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시청자에게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룡 등 인기 스타가 출연하는 '쾌락대본영' <사진=후난위성TV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Happy Camp : Jackie Chan Leo Ku Han Geng Form A Group 20150207' 캡처>

현지 방송 제작 관계자들은 이번에 불려간 방송사들이 길게는 24년 된 인기 프로그램을 보유한 만큼 예능의 암흑기가 도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일부에선 대규모 칼질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번에 중국 중앙선전부와 면담한 방송사 프로그램 중에는 1997년 시작한 ‘쾌락대본영’(후난위성TV)을 비롯해 ‘극한도전’(상하이 미디어 그룹), ‘달려라(奔跑吧)’(저장위성TV) 등 인기 예능이 포함돼 있다. 24년째 매주 방송한 ‘쾌락대본영’의 경우 이번 달 2일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일시 중단한다. 회사는 내부 조정과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들었지만 정부 규제 탓이라는 골수팬들 불만이 상당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브로맨스 드라마를 규제한 데 이어 올해 8월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대대적 퇴출에 나섰다. 9월에는 외국 국적을 가진 스타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애국심을 고취한 콘텐츠 제작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중국 극장가와 안방에는 일명 ‘국뽕 콘텐츠’가 즐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4개월째로 접어든 중국 정부의 문화·연예계 규제에 현지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상당한 수준인 만큼 정부 조치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납득 가능한 이유 없이 문화·연예계 곳곳에 칼집을 내는 정부 단속에 시청자 불만이 대단하다”며 “정부로서도 해를 넘기는 규제는 부담이 되는 만큼 향후 규제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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