캅카스 산속에 잠든 3000년 전 거대 요새의 전모가 7년에 걸친 학자들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드론까지 동원한 조사를 통해 학자들은 철기시대 초기까지 운용된 드마니시스 고라(Dmanisis Gora)는 취락이 딸린 요새라고 결론 내렸다. 

영국 크랜필드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청동기시대 후기에서 철기시대 초기까지 사용된 드마니시스 고라의 상세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 초부터 조지아(옛 그루지야) 남부 캅카스(코카서스) 지방 산골에 자리한 드마니시스 고라의 조사를 시작했다. 드론을 띄워 촬영한 사진 약 1만1000장을 합성해 상세한 지형을 분석한 결과, 수 ㎞ 이상 튼튼한 방벽을 갖춘 지역 최대 규모의 요새가 드러났다. 특히 주변에서 토기와 동물뼈가 나온 점에서 이곳은 취락이 형성된 요새 도시로 추측됐다.

2018년 남부 캅카스 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요새 드마니시스 고라의 흔적 <사진=나타니엘 사툴로>

크랜필드대 나타니엘 사툴로 교수는 "해당 요새는 지금까지 부분적으로만 확인돼 그 전체상은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며 "2018년 시작된 초기 조사에서 석조 벽과 건물 일부가 확인됐지만 지형이 험하고 광범위해 전체적인 모습을 지상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탄탄한 방벽과 내벽·외벽을 갖춘 이중구조를 가진 요새는 험준한 협곡에 둘러싸인 고지대에 위치해 전략적 입지가 좋다"며 "단순한 군사 거점이 아니라 사람들이 삶을 영위한 흔적도 있어 요새화한 취락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드마니시스 고라는 지금까지 알려진 동시대 구조물 중에서 남부 캅카스 지역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수 ㎞ 길이의 방벽은 두께 약 1.8m의 석축 구조로 투박한 큰 바위와 모르타르를 이용해 쌓았다.

공중에서 본 드마니시스 고라의 이중 벽 구조 <사진=나타니엘 사툴로>

나타니엘 교수는 "발굴조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이미 수만 점에 달하는 토기 파편과 동물의 뼈, 돌로 만든 도구 등이 출토됐다"며 "이들은 당시 사람의 식생활과 농경, 목축의 영위를 보여주는 귀중한 단서"라고 평가했다.

교수는 "외벽 안쪽에서는 출토품이 비교적 적게 나온 점에서 이 구역은 연중 거주지가 아닌 제한된 시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벽에 둘러싸인 중심부에서는 생활의 흔적이 많이 발견돼 보다 안정된 정주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학계는 이번 조사 성과가 청동기시대 후기에서 철기시대 초기에 걸친 사회나 당시의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건물별 용도와 가축 관리 방법 등을 자세히 조사해 당시의 사회구조와 취락의 형성 과정을 밝혀나갈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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