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의 잃어버린 육교 흔적이 오랜 발굴조사 끝에 확인됐다. 인류의 이동에 관련된 그간의 통설이 뒤집힐 가능성에 학계가 주목했다.

튀르키예 뒤즈제대학교 인류학 연구팀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Island and Coastal Archaeology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고대인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갔는지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튀르키예 서부 아이발릭 앞바다에서 구석기시대 석기 138점을 찾는 성과를 냈다.

고대인이 어떻게 대륙을 넘어 특정 지역으로 이동했는지 알아내는 것은 문화권의 탄생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사진=pixabay>

발굴조사를 이끈 뒤즈제대 인류학자 한데 블루트 박사는 “인류가 유럽으로 유입된 경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하는데, 오랜 세월 발칸반도와 중동을 지나는 루트가 정설로 통했다”며 “이를 통째로 뒤흔들 만한 대발견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아이발릭 연안은 수만 년 전 빙기, 해수면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육교가 됐다고 생각된다. 당시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사피엔스가 여기를 오갔다면 인류의 유럽 이동 역사를 새로 쓸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석기 중에는 무스티에 문화권의 특징이 분명한 것도 포함됐다. 무스티에 문화는 유럽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한 구석기시대 중기의 대표적 문화다. 약 30만 년 전에서 4만 년 전까지 융성했는데, 네안데르탈인과 관련된 유럽의 석기 문화인 점에 주목할 만하다. 

튀르키예 아이발릭 해안에서 나온 석기 조각 <사진=한데 블루트>

한데 박사는 “이 문화권의 특징은 돌을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깎아내는 르발루아 기법(Levallois technique)”이라며 “돌의 표면을 미리 다듬고 의도적인 형태의 박편을 하나씩 떼어내는 고도의 석기 제작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갱신세 빙기 당시 지구의 해수면은 현재보다 100m 이상 낮았다. 빙하에 많은 물이 갇혀 있었고, 현재는 바다 밑에 가라앉은 곳이 당시에는 육지였다”며 “이번에 석기가 발견된 아이발릭 주변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아나톨리아로부터 동남유럽으로 이어지는 육교가 존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르발루아 석기가 나온 점에서 인류가 이 육교를 통해 유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할 때 발칸반도와 중동의 레반트 지역(시리아와 이스라엘 주변)을 거쳤다는 통설이 깨질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튀르키예 아이발릭 해안은 과거 인류와 동물들이 이동한 육교였다. <사진=pixabay>

한데 박사는 “아이발릭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200㎢ 범위에 걸쳐 르발루아 석기가 산재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 지역이 단순한 통과점이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사피엔스가 활동한 거점 중 하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표면 조사에 그친 것으로, 연구팀은 향후 지층의 발굴이나 연대 측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질학, 기후학, 고고학 등 여러 분야를 조합해 보다 정밀한 연대 특정과 환경 복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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