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애니미즘을 잘 보여주는 점토상이 이스라엘 유적에서 나왔다. 애니미즘은 태양과 별, 바람, 동물 등 사물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해 숭배한 행위로 그 시작점을 알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26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1만2000년 전 인류가 만든 점토상에서 전형적인 애니미즘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학계는 사람과 동물의 교류를 묘사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호수 인근의 고고학 유적 나할 아인 게브 II(Nahal Ein Gev II) 유적 조사 과정에서 여성과 거위가 어우러진 점토상을 발굴했다. 나투프 문화기인 1만2000년 전 만들어진 유물은 거위가 여성을 뒤에서 품은 형상이다.

이스라엘의 나투프 문화 유적에서 나온 점토상. 여인을 거위가 품은 형상이다. <사진=로랑 다빈>

조사를 이끈 로랑 다빈 박사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묘사한 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며 “애니미즘을 잘 보여주는 이 점토상은 수렵채집에서 정착생활로 넘어가는 시기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시 사람들은 동물을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인간과 영혼을 나누는 존재로 여긴 듯하다”며 “이는 고대인이 애니미즘 신앙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이고 귀중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점토상의 높이는 약 3.7㎝로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몸을 웅크린 여성을 거위가 뒤에서 품듯 감싼 구도가 인상적이다. 거위가 수호신처럼 여성을 지켜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게 연구팀 분석이다.

점토상의 하단부에 찍힌 지문 조사 결과 제작자는 젊은 여성으로 추측됐다. <사진=로랑 다빈>

연구팀은 이번 유물이 애니미즘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상이자 이 지역에서 여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최초의 예라고 가치를 부여했다. 아울러 당시에 이미 고도의 장인 기술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랑 다빈 박사는 “현미경 관찰 및 화학 분석 결과 이 상은 지역에서 나는 점토를 빚고 약 400℃ 온도에서 의도적으로 가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사람들은 이미 불을 능숙하게 다뤘고, 도기를 굽는 기술까지 터득한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박사는 “여성과 거위의 붉은 색상은 산화철계 안료로 파악됐고 점토에는 제작자의 것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의 지문도 남았다”며 “제작자는 빛과 그림자, 요철을 조합해 토기에 깊이와 원근감을 부여했다”고 언급했다.

점토상을 크기를 알 수 있는 이미지. 왼쪽이 보고서의 주 저자인 로랑 다빈 박사다. <사진=로랑 다빈>

일반적으로 이런 도기 기술은 신석기시대에 개발된 것으로 여겨졌다. 이번 발견은 인류가 이미 구석기시대 말에 예술적이고도 과학적인 도기 제작 기술을 가졌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역설했다.

애니미즘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돌과 바람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것에 영혼이 깃든다는 생각으로, 19세기 영국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가 제창했다. 이는 종교의 초기 단계나 선사시대 사람들의 영적 개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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