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 연기하고픈 꿈의 캐릭터다. 지구상 가장 섹시하고 영리하며 싸움도 능한 데다 매력만점 본드 걸까지 따라붙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타계한 숀 코네리부터 다니엘 크레이그(54)까지 당대 최고의 배우들만 선택되는 제임스 본드. 아무래도 가장 큰 특징은 젠틀함을 살려주는 말끔한 정장인데, 본드의 의상에는 사실 재미있는 비밀이 숨어있다.
‘007’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가 이끌어가는 시리즈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주인공의 비중이 상당하다. 본드를 연기하는 배우가 곧 시리즈의 얼굴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나 ‘007’을 연상케 하는 의상은 절대 착용할 수 없다는 계약이 맺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검정색 보타이(bow tie), 일명 나비넥타이다. 검정색 타이는 제임스 본드가 즐겨 착용하는 아이템이지만 일단 제임스 본드로 계약한 배우는 누구를 막론하고 다른 영화에서 검정 보타이를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초대 숀 코네리부터 2대 조지 라젠비(81), 3대 로저 무어, 4대 티모시 달튼(74), 5대 피어스 브로스넌, 6대 다니엘 크레이그 등 역대 제임스 본드들이 ‘007’과 계약기간에는 다른 영화에서 검정 보타이를 착용하지 않았다.
1995년 ‘007 골든아이’부터 2002년 ‘007 어나더데이’까지 네 작품에서 본드를 연기한 피어스 브로스넌은 이 계약을 지키기 위해 같은 기간 다른 영화에서 검정 보타이를 매지 않았다. ‘프레데터’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티어난(69) 감독이 1999년 선을 보인 ‘토마스 브라운 어페어’의 주인공으로 출연할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토마스 브라운 어페어’의 주인공은 늘 정장을 즐겨 입는 말쑥한 타입이다. 정장 하면 검정 보타이인데 피어스 브로스넌은 ‘007’ 제작진과 계약 때문에 노타이 정장으로 영화에 출연했다.

2006년 ‘007 카지노 로얄’로 시작해 현역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데이빗 핀처(51)의 작품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에서 유능한 기자로 변신한 그는 일반 넥타이는 착용하지만 검정색 보타이는 절대 매지 않았다. 괴짜 탐정으로 출연한 ‘나이브스 아웃’(2019)에서도 검정 보타이를 착용한 신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은 007 최신작이자 25번째 작품인 ‘노 타임 투 다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차례 개봉이 연기됐다. 일단 이달 관객과 만날 예정이나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돼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