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가장 많은 시간을 수면에 써버린다. 대개 일생의 1/3 이상을 잠으로 보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잠을 자면서 사람은 꿈을 꾸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거나 깨자마자 지워지는가 하면, 며칠이 가도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뒤섞여 나타나는 꿈 중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보여주는 '예지몽(postmonition)'이 있다. 갑자기 큰 사고를 당하거나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 중 일부는 예지몽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예지몽은 과학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기시감을 부풀린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예지몽 자체가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지만 일반인의 15~30%가 이를 경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16년 넘게 꿈을 연구해온 신경과학자 줄리아 모스브리지 박사는 이 확률이 진짜이며, 예지몽은 실존한다고 주장한다.

예지된 사실이 결국 현실로 반복되는 호러무비 '데스티네이션' <사진=영화 '데스티네이션 3-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스틸>

모스브리지 박사는 통계를 근거로 예지 또는 예지몽이 21세기 과학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할 분야라고 지적해 왔다. 스스로도 예지몽을 경험했다는 그는 숱한 강연을 통해 예지몽의 과학적 근거를 전파하고 있다.

박사가 실제로 겪은 예지몽은 이렇다. 수년 전 이혼한 그는 자녀와 둘이 지낼 아파트를 구해야 했다. 이를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꿈에 이웃 주민 모린의 1층 아파트를 계약하는 상황이 그려졌다. 심지어 꿈 속에서 모린은 "벽지 색깔을 골라달라"고까지 했다. 정말 생생한 꿈이었는데, 실제로 바로 다음날 모린이 아파트를 임대했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모스브리지 박사는 꿈에서 본대로 모린을 찾아가 아파트 이야기를 꺼냈다. 놀랍게도 모린은 "마침 1층 아파트를 임대로 내놨다"고 답했다. 박사가 계약하겠다고 하자 모린은 "그럼 벽지 색을 골라달라"고 이야기했다. 꿈과 100% 일치하는 상황에 박사는 소름이 돋았다.

이 경험은 예지몽은 진짜라는 박사의 가설을 신념으로 바꿔놓았다. 박사는 과거 32년간 보고된 예지몽 사례 26건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사례를 종합한 결과 미래에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 인간의 몸은 스스로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어떤 방법으로든 알린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박사는 이 결론을 내기 위해 난수발생기(random number generator)를 동원했다. 평범한 사진과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드는 사진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데 난수발생기를 응용했다.  

피실험자는 난수발생기가 생성한 사진을 랜덤하게 접했다. 이 중에는 꽃 등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사진과 총을 들이대는 긴박한 상황의 사진이 포함됐다. 박사는 피실험자의 스트레스 지수를 유심히 살폈는데, 총 사진을 접하기 전부터 지수가 활발한 변화를 보였다. 심리적으로 긴장할 상황이 벌어지기 전 몸이 미리 반응한다는 박사의 가설이 증명된 셈이다. 

꿈의 설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 '인셉션' <사진=영화 '인셉션' 스틸>

모스브리지 박사는 "시간이란 원래 인간의 생각대로 움직이거나 작용하지 않는다. 과거가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르는 게 시간이지만, 역순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며 "과거에 발생한 일은 미래에 일어날 무엇인가와 연결될 수 있다.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미래의 일이 과거나 현재에 힌트를 남긴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미래의 중대사가 현재에 작용, 인간의 의식이나 생리에 영향을 주며, 이것을 '끌기(pulls)'라고 정의했다. 모스브리지 박사는 "끌기는 대개 꿈속에서 발현되는데, 이것이 흔히 말하는 예지몽"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끌기는 대부분 뇌의 야간 활동, 즉 꿈에서 자주 관찰된다. 예지몽은 가장 일반적인 심적 체험이며, 다른 뇌의학자나 신경화학자들의 연구가 보여주듯 15~30%의 사람들이 체험하고 있다. 박사는 "꿈속에서 예언된 일들은 대략 40%의 확률로 꿈 다음날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물론 모스브리지 박사의 주장이 학계에 정설로 받아들여진 건 아니다. 박사 본인도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기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금까지 연구 결과, 예지력은 인간이 가진 다른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통해 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모스브리지 박사는 "예지 능력이 있는 사람이 대사건으로부터 일상의 흔한 일까지, 미래의 사건을 예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불확실하더라도 예측는 늘 현실이었다. 아주 먼 옛날부터 그랬다. 영화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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