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주요 축을 담당하는 애나벨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는 소문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무시무시한 저주받은 인형의 탈출기(?)는 영화 '미이라'(2017)에 출연했던 영국 배우의 인터뷰를 유튜버가 오역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괴소문이 시작된 건 지난달 14일. 미국 코네티컷에 자리한 워렌 부부의 오컬트 박물관에서 애나벨 인형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이 트윗에는 25만개 넘는 댓글이 달렸고, 삽시간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로 퍼졌다.
해당 글에 따르면, 애나벨은 워렌 부부의 영향력이 약화된 틈을 타 오컬트 박물관을 탈출했다. 에드워드 워렌(1926~2006)과 로레인 워렌(1927~2019) 부부는 미국의 유명 영매사이자 초자연현상 조사관으로, 영화 '컨저링'에 실존인물로서 등장했다. 패트릭 윌슨과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워렌 부부는 극중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이면서도 공포감을 증폭하는 역할을 하며 호평 받았다.
글쓴이는 에드워드 워렌이 2006년 사망한 데 이어, 부인 역시 지난해 4월 18일 숨을 거둔 뒤부터 오컬트 박물관의 봉인이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가장 위험한 애나벨 인형이 올해 8월 14일 갑자기 자취를 감췄으며, 행방이 묘연하다고 언급했다. 해당 글에 놀란 오컬트 마니아들은 애나벨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괴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USA투데이 등 매체들도 관심을 가졌다.
다만 애나벨 탈출기는 중국인 유튜버가 스트리밍한 영상이 불러온 오해로 밝혀졌다. 이 유튜버가 영국 배우의 인터뷰 내용을 오역했고, 이를 그대로 믿은 네티즌이 SNS로 옮기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해당 인터뷰의 주인공은 영화 '미이라'에서 톰 크루즈와 공동주연을 맡은 영국 배우 애나벨 윌리스. 그는 할리우드 리포터와 지난달 가진 인터뷰에서 톰 크루즈가 카메라를 향해 달리게 한 비결 등을 털어놨는데, 이 내용을 접한 중국인 유튜버가 애나벨(Annabelle)이라는 배우 이름과 인형 애나벨(Annabelle)을 혼동하면서 엉뚱한 탈출극이 탄생했다.
실제로 애나벨 윌리스는 영화 '애나벨'(2014)에서 주인공 미아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인 유튜버가 그와 인형 이름을 헷갈린 것으로 짐작된다.
실존하는 애나벨 인형은 1968년 초자연현상을 벌여 악명을 떨쳤다. 미국의 한 간호학과 여학생이 우연히 애나벨 인형을 손에 넣었는데, 이후 룸메이트의 방에서 물건이 떨어지고 의자가 절로 움직이는 등 심령현상이 발생했다. 두려워진 학생은 해결방법을 수소문하던 중 "인형 속에 소녀의 원혼이 들어가 있다"는 심령술사의 경고를 들었고, 직후 룸메이트의 남자친구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되면서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급기야 애나벨 인형의 소문은 당시 가장 유명한 영매사인 워렌 부부의 귀에도 들어갔다. 워렌 부부는 인형에 소녀의 악귀가 들어간 것이 맞고, 그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엑소시즘 끝에 겨우 소녀의 원혼을 인형 안에 봉인했고, 자신들이 설립한 오컬트 박물관에 애나벨을 가뒀다. 실제 애나벨 인형은 영화 속 이미지와 달리 귀여운 편인데, '컨저링'(2013) 말미에도 잠시 등장한다.
한편 제임스 완이 제작에 참여한 '컨저링'의 최신 시리즈 '컨저링3'의 개봉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이 작품은 오는 11일 북미 개봉이 예정됐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내년 4월로 공개를 미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