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온갖 무서운 것들과 마주하지만, 악마만큼 근본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도 없다. 악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두려움에 떨게 해온 막강한 존재로 그 종류도 수 백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 

이처럼 악마는 오랜 세월 사람들을 공포에 몸서리치게 했지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아득한 고대로부터 악마에 관한 기록이 등장하고, 엑소시즘(퇴마)에 관한 역사도 무려 1000년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다양한 형상으로 묘사되는 악마를 하나의 학문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 시절 '요괴학'이 정식 학과로 등록됐을 정도다. 

다만 아직 악마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정보가 가득하다. 악마의 빙의, 엑소시즘 등을 다룬 영화들도 가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악마를 논할 때 알아야 할 기본 상식들과 함께, 미처 몰랐던 악마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1. 최초의 악마 퇴치는 수메르

수메르 문명 <사진=pixabay>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역사학자들은 악마 퇴치의 가장 오래된 기록을 오랜 시간 연구했다. 그 결과, 인류 최초의 엑소시즘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에 의해 진행됐다고 결론 내렸다.  

기원전 21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 시대에 의사들은 주문과 주술로 악마를 쫓는 훈련을 받았다. 즉 인류는 지난 4000년 동안 우리의 육체를 빼앗아 나쁜 짓을 하려는 사악한 영혼과 과감하게 싸워왔다는 이야기다.

물론 언어나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가 현재와 당시가 사뭇 달랐음을 감안할 때, 이 시대 기록의 신빙성이 의심스럽기는 하다. 다만 당시 역사의 기록은 적어도 오늘날 엑소시즘의 한 형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건 현역 퇴마사들도 인정하는 바다.

2. 갈수록 증가하는 엑소시즘의 수요

바티칸 <사진=pixabay>

이미 언론에도 소개된 것처럼, 2000년대 들어 악마의 세력은 어느 때보다 강성해졌다. 그 증거로 세계 각지로부터 악마에 괴롭힘을 당하거나 귀신들린 사람들의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악마나 귀신에 시달리고 있다며 각 종교에 호소하고 있다.

미국 교회의 경우, 과거 10년 이상 정식으로 인정받은 엑소시스트 수는 12명에서 50명으로 약 4배까지 증가했다. 물론 일각에선 현대인의 정신건강 수준이 크게 떨어져 악마 빙의와 정신병의 구분이 어려워졌을 뿐, 악마의 세력이 세진 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인정하더라도, 바티칸이 엑소시스트 양성에 예산과 시간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사태가 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엑소시즘의 숨겨진 사실들

구마사제로 등장했던 강동원 <사진=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보면, 엑소시스트들은 국제적으로 공조해 악마를 퇴치한다. '검은 사제들' 외의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들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묘사되는데,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제엑소시스트협회는 교회법에 따라 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엑소시즘은 바티칸 교황의 특별한 인가가 필요하고 대상자는 의식 전 의학적 검사를 받아야 하며, 만약에 대비해 의사도 엑소시즘 의식에 입회해야 한다. 대부분의 엑소시즘 영화들은 퇴마 의식 중 의사가 등장하는 장면을 넣지 않는다. 

가끔 숙련된 엑소시스트들은 가짜 성수로 치료의 대상을 시험하기도 한다. 악마 퇴치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빈센트 램퍼트 신부는 과거 로마에 머물던 3개월 동안 무려 40회 엑소시즘에 참여했다. 하루 걸러 악마 퇴치에 나선 셈인데, 당시 램퍼트 신부는 성수가 아닌 일반 수돗물을 사용해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진짜 악마에 홀린 것인지 가렸다. 

4. 가톨릭 교회의 정식 엑소시즘

악마를 쫓아내는 사제를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 <사진=영화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 스틸>

국제엑소시스트협회와 별개로 가톨릭 교회 자체가 악마나 귀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 가톨릭 교회 자체(신부 파견 제외)에서 지난 10년간 최소 10명의 정식 엑소시즘이 집행됐다.

미국 뉴욕 포덤대학교 사회학교수 마이클 크네오는 공중부양과 괴상한 상처들, 갑자기 유창하게 지껄여대는 라틴어 등 할리우드 영화들의 전형적 악마 퇴치의 특징이 모두 교회에 정식 보고된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가톨릭 교회는 영화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악마 빙의를 다루고 있으며, 조작과 장난을 배제하기 위해 아주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5. 악마는 타락천사라는 견해

타천사 루시퍼 조각 <사진=pixabay>

악마의 존재나 기원에 대한 설은 굉장히 다양하다. 영화에선 복수심에 불탄 영혼으로 묘사되고, 이 세상에서 제자리를 찾으려는 원혼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폴터가이스트나 사소한 소동을 일으키는 장난끼 많은 유령 역시 악마의 한 갈래로 분석된다. 

가톨릭 교회는 이와 생각이 좀 다르다. 가톨릭의 공식 교리문답에 따르면, 악마는 원래 신에 의해 선하게 창조된 천사들이다. 이들이 신의 뜻을 거스르고 스스로 타락한 것이 바로 악마라는 이야기다.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바로 'Fallen Angel', 즉 '타천사' 또는 '타락천사'다.

일례로 루시퍼(루키페르)는 한때 천국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행복한 케루빔(cherubim, 구약성서에 나오는 사람의 얼굴 또는 짐승의 얼굴에 날개를 가진 초인적 존재)이다. 결국 악에 굴복한 루시퍼는 악마 군단에서도 상위를 차지하는 악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6. 세계 문화에 등장하는 엑소시즘

요괴학 창시자 이노우에 엔료 <사진=文京区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ぶんきょう人物伝 井上円了' 캡처>

악마과 엑소시즘은 종교뿐 아니라 세계 문화와도 관련이 깊다.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약 74%의 문화와 역사에는 다양한 형태의 귀신들림이 등장한다. 

물론 모든 문화가 빙의가 악마에 의해 일어난다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영적이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악마는 천국이나 지옥을 믿고 선악을 구별하는 문화의 산물로 여겨진다. 

일부는 빙의나 악마를 문화개혁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일본 메이지 시대의 유별난 학자 이노우에 엔료가 대표적이다. 일본 요괴학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로, 도쿄 제국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이자 동양대학을 창립한 교육자이면서 불교의 낡은 교리를 뜯어고치고자 한 종교계혁가였다.

철학자로서 근대이성의 힘을 믿었던 이노우에 엔료는 문명개화에 방해가 되는 전근대적 요소들을 미신으로 보고 철저하게 배척했다. 특히 엔료는 그 대상을 모두 요괴라고 칭하고, 미신과 전근대적 사고를 깨기 위해 요괴학을 창시했다. 그 산물이 역사적 자료로서 가치를 인정 받은 '요괴현담'이다. 

7. 귀신들림과 과학적 해석의 한계 

악마에 씌인 사람의 대표적 증상인 공중부양 <사진=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워싱턴포스트는 임상심리학자이자 악마퇴치 컨설턴트로 활약해온 의사 리처드 갤러거의 풍부한 체험을 특집 보도한 적이 있다. 프린스턴대학과 예일대, 컬럼비아대 등 미국의 일류대학을 나온 엘리트 의사 리처드 갤러거는 악마 빙의가 실존할 뿐더러, 현재의 엑소시즘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사람이 악마에 씌는 현상을 두 눈으로 지켜본 이후 갤러거는 영혼의 세계를 철저히 믿게 됐다. 스스로 과학과 의학으로 이를 증명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몇 가지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중부양. 귀신이 들어간 사람이 공중을 부양하는 경우를 목격한 그는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8. 마더 테레사도 악마에 씌었다

마더 테레사 <사진=pixabay>

숱한 선교와 자선활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테레사 수녀도 생전 악마에 씌어 고생한 적이 있다. BBC에 따르면, 테레사 수녀는 87세이던 1997년 지병인 심장병으로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아주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당시 테레사 수녀를 관찰한 사제는 그가 악마에 씌었다고 판단, 교황청에 보고했다. 대주교는 일생을 선교와 사람들 돕는 데 바친 성녀 테레사가 허약한 틈을 타 악마가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즉, 테레사의 불면증을 사람의 병이 아닌 일종의 악마 빙의로 여겼다.

대주교와 사제들은 테레사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기도를 외우면서 퇴마의식을 실시했다. 테레사 수녀의 목이 360도 회전했다거나 사제를 향해 피를 토해냈다는 전형적 엑소시즘 현상은 보고되지 않았으나 사제들이 침대 옆에서 반복적으로 라틴어 기도를 읊조린 사실은 틀림없는 엑소시즘이었음을 증명한다. 

악마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下에서 계속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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