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말 한마디가 운명을 갈랐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친숙한 할리우드 연기파 비고 모텐슨(62)이 울버린 역할을 고사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아라곤으로 국내서도 인기를 끈 비고 모텐슨은 최근 미국 MTV 팟캐스트 ‘해피 새드 컨퓨즈드(Happy Sad Confused)’에 출연, 울버린을 거절한 과거를 돌아봤다.
“20년도 더 전에 울버린 역할을 제안 받았다”고 운을 뗀 비고 모텐슨은 코믹북 '엑스맨' 광팬인 아들 헨리를 가이드 삼아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미팅을 가진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당시 같은 캐릭터를 여러 작품에 걸쳐 연기하는 건 안된다는 신념이 있었다”며 “워낙 큰 역할이라 고민이 됐다. 어드바이스를 해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데려간 아들 말로는 감독이 코믹북 내용을 많이 고쳤더라”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왜 특정 부분을 멋대로 변경했는지 집요하게 묻자 감독도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며 “코믹북 열성팬의 계속된 지적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진땀을 뺐다”고 덧붙였다.
비고 모텐슨은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감독이 대본을 수정할 것 같지 않다며 시무룩했다”며 “안 그래도 마음에 쏙 들지 않는 배역이었는데 아들의 말을 듣고 하지 않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연으로 2000년 개봉한 ‘엑스맨’의 울버린은 휴 잭맨(52)이 맡았다. ‘엑스맨’의 최고 인기 캐릭터 울버린은 ‘로건’에 이르기까지 17년간 모두 그가 연기했다. 휴 잭맨은 인터뷰에서 울버린이 천직이라면서도 “같은 역을 오래하는 건 배우로서 부담도 된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비고 모텐슨은 “휴 잭맨이 연기하길 정말 잘했다. 그가 그려낸 울버린은 정말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3편에 걸쳐 아라곤을 연기한 데 대해서는 “신념 운운했는데 부끄럽다. 인생이란 정말 어찌될지 모를 일”이라고 웃었다.
배우이자 시인, 사진작가, 화가이기도 한 비고 모텐슨은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와 ‘캡틴 판타스틱’ ‘그린북’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세 차례나 올랐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