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이 뒤섞인다는 것은 더 이상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수면의 과학'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듯하다. 자각몽을 경험 중인 사람이 지시에 따르고 간단한 질문에 답하며 간단한 수학문제도 풀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커런트 바이올러즈 저널에 발표하고 '상호작용적인 꿈(interactive dreaming)'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소개했다.

인간의 잠은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과 비 렘(Non-REM) 수면으로 나뉜다. 정상적인 성인은 대개 비 렘수면으로 시작해 점차 깊은 렘수면을 거친다. 수면 시작 후 80~100분에 첫 번째 렘수면이 나타나고, 그 후로는 비 렘수면과 렘수면이 약 90분 주기로 반복된다. 

실험 개념도 <사진=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 공식 보도자료>

사람이 꿈을 꾸는 것은 렘수면 시기인데, 도중에 깨어나면 대부분 꿈을 기억하지만 렘수면이 끝난 후 깨어나면 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자각몽(lucid dreaming)이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면증(narcolepsy)이라는 증상도 있는데, 이는 낮 시간에도 과도하게 졸려 렘수면을 경험하는 비정상적 신경정신과 질환이다.

연구팀은 과거 자각몽을 경험했던 36명을 대상으로 4개의 다른 장소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뇌파기기로 가장 깊은 수면 상태에 빠진 것을 확인한 뒤 피실험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음성이나 불빛의 반짝이는 횟수, 신체 접촉 등을 활용한 간단한 산수 문제도 냈다. "당신은 스페인어를 할 수 있습니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예" 혹은 "아니요" 등 간단한 답도 요구했다. 답변은 피실험자들의 사전 동의에 따라 안구운동이나 안면 근육의 움직임으로 대신했다.

그 결과 57차례 세션 중 참가자가 자각몽에 빠진 것을 확인한 실험의 47%에서 정답이 적어도 한 번 이상 나타났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신경과학자 카렌 콘콜리 교수는 "4개 실험 결과를 조합한 결과, 이러한 방식으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고 말했다.

미셸 공드리의 역작 '수면의 과학' <사진=영화 '수면의 과학' 포스터>

연구팀은 자각몽 상태에서 의사 소통이 가능한 것은 물론 그 반응이 즉각적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질문은 참가자들의 꿈과 겹쳐서, 혹은 꿈의 일부로 전달됐다. 한 사람은 꿈 속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음성 질문이 라디오 소리처럼 외부에서 들려왔다고 밝혔다.

번쩍이는 불빛 신호를 받은 다른 피실험자는 꿈 속 방의 형광등이 번쩍거렸다고 말했다. 또 꿈 속에서 고블린과 마주친 다른 사람은 신체 접촉의 횟수 만큼 고블린을 사냥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모두 질문에 성공적으로 답했다.

콘콜리 교수는 "이번 실험 결과는 꿈의 현상학적, 인지적 특성이 실시간으로 조사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며 "상대적으로 미개척된 이 분야의 연구가 향후 활발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