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로 알려진 리차드 개리엇(60)이 이번에는 지구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을 다녀왔다.
개리엇은 지난 1일 심해잠수정 리미트 팩터(Limiting Factor)를 타고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Challenger Deep)에서 잠수를 실시했다. 4시간에 걸쳐 해구 바닥에 도착한 개리엇은 심해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티타늄으로 만든 지오캐시(geocache)를 바닥에 묻고 왔다. 지오캐시는 특정한 장소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종의 방명록이다.
개리엇이 도달한 챌린저 해연은 지구에서 가장 깊다고 알려진 지점으로, 수심은 1만929m에 달한다.
이로써 개리엇은 남극과 북극, 우주와 지구 심해까지 네 극단을 모두 탐험한 최초의 인류로 기록됐다. 게임 사업에서 잇달아 실패한 그는 탐험가로 변신, 지난 2008년 10월 소유즈 TMA-13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월에는 미국 탐험가 클럽(the Explorer's Club)의 회장으로 뽑혔다. 2000년대 초반 NC소프트에 거금을 받고 영입됐으나, 제대로 된 게임을 내놓지 못해 국내에서는 '우주먹튀'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번 챌린저 해연 탐험은 잠수정 제작자이자 운전자인 해저탐험가 빅터 베스코보와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출신 케이티 설리번 등과 함께 진행했다. 이들은 해구면 조사 및 압력 실험, 비디오 촬영, 샘플 채취 등의 임무를 맡았다. 일부 기계의 오작동으로 샘플 채취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부터 임무 수행, 다시 올라오는 데까지는 총 12시간이 걸렸다.
개리엇은 "하강 도중 반투명한 갑각류를 계속 발견했으며 해구 바닥에서 푹신하고 엄청나게 넓은 최적물을 목격하는 등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4대 극지점에 모두 도달한 데 대해서는 "네 곳 모두 극단적인 위치로, 일단 가보면 물리 법칙이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아무래도 다른 곳이 우주를 이기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