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과 전력이라는 두 가지 핵심 자원이 필수적이다. 또 이 두 가지는 달에서 직접 확보해야 어마어마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물은 식수나 식물재배는 물론 로켓 연료로 사용하거나 산소를 만드는 등 유용한 자원이다. 과학자들은 달의 남극 근처 분화구 아래에서 발견된 얼음을 이용하면 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을 얻기 위해서는 태양광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과학자들은 본다. 특히 달에는 일년 내내 태양광이 비치는 이른바 '영원한 빛의 최고점'이라는 분화구 가장자리 위의 높은 장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장소는 그리 넓지 않은데,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수직으로 된 탑을 만들 경우 빛을 받는 면적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버드대학교 물리학·재료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런 가설이 실제 가능한 지 알아봤다. 최근 ArXiv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달에서는 지구보다 훨씬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다.
우선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 건물이 자체 무게를 지탱하기 쉽다. 또 달에는 대기가 없어 지구처럼 강풍의 걱정을 덜 수 있으며, 지진의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런 변수 등을 감안해 연구팀은 수㎞의 콘크리트 타워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벽 두께가 최소 20㎝라는 것을 계산해냈다. 재료로 콘크리트를 선택한 것도 달 토양(레골리스)으로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구팀이 콘크리트 무게에 따른 압축 변형과 좌굴 저항(힘을 가하지 않는 쪽으로 변형이 발생하는 데 대한 저항) 등을 고려한 결과 콘크리트 탑은 이론적으로 최대 17㎞ 높이까지 지을 수 있다.
다만 콘크리트 생산량이 실질적 제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타워의 높이가 2㎞ 이상을 넘기는 순간부터 필요한 재료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1년의 건설 기간 동안 2㎞ 짜리 타워를 만드려면 하루 1100만t의 레골리스가 필요하다"며 "반면 1㎞로 줄어들 경우 필요한 재료가 80%나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달의 초고층 빌딩은 건설 가능할뿐더러 달에서 전력을 공급할 가장 실용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미국은 2028년부터 달에 사람을 상주시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 "10~20년이면 충분히 타워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팀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