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아이슬랜드의 생물학자는 정말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조개를 발견하고 실험실로 가져가 연구하기 위해 죽이고 말았다. 조개껍질의 나이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껍질 속 접번 인대(hinge ligament)를 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이는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계산 결과 조개의 나이는 무려 507살이었다. 이 생물학자는 중국 명나라(1368~1644년) 시대에 태어난 조개라고 해서 '밍(Mi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밍은 식용 백합조개로,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몇세기 동안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7년을 산 백합조개 '밍' <사진=뱅거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이 조개가 지구상 가장 오래 산 동물일까. 해외 과학전문매체 ZME사이언스가 이에 대해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믿거나 말거나, 그 답은 '아니오'다.

우리가 알고있는 가장 오래된 동물 중 하나는 산호다.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무척추 동물로 구분되는 산호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이 매우 쉽다. 2009년 레이첼 수즈먼이라는 과학자는 2742살과 4265살 먹은 산호를 발견했다. 멕시코만의 흑산호(Antipatharia)도 200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생 동물 중에서는 이보다 더한 장수동물이 있다. '비너스의 꽃바구니(Venus' flower basket)'라고 알려진 유리 스폰지(Euplectella aspergillum)는 춥고 얕은 남극 해저에서 매우 느리게 성장하며 거의 1만5000년 이상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해파리(Turritopsis dohrnii)는 성적으로 성숙한 뒤 다시 성적으로 미성숙한 단계로 돌아가는 과정을 생존 조건이 갖춰지는 한 무한반복하는 일명 '불멸의 해파리(immortal jellyfish)'다.

갈라파고스 자이언트 거북이 <사진=BBC어스 공식 유튜브채널 'Tracking Giant Galapagos Tortoises' 캡처>

물론 이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물의 범주를 벗어난다. 척추동물로만 따지면 수명은 수천 년까지 늘어나지는 않는다. 최근 수십년 간 연구를 통해 수백년 간 산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동물로는 가재와 비단잉어, 볼락 등이 있다.

2008년 12월 포획돼 뉴욕의 한 레스토랑이 사들인 가재는 추정 연령이 140세였다. 조지라는 이름까지 붙은 이 가재는 한 달 뒤 방생됐다.

1974년 연구를 통해 226세로 판명된 비단잉어는 기록된 최고령 물고기로 남았다. 이 비단잉어에게는 하나코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3년 알레스카에서 잡힌 볼락은 200년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갈라파고스의 자이언트 거북도 180세까지 사는 장수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린란드상어 <사진=Wonder World 유튜브 채널 'Oldest Shark in the World - 512 Year Old Greenland Shark' 캡처>

하지만 가장 오래 사는 척추동물은 사실 그린란드상어(Greenland shark)다.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등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이 종은 특이하게 눈에 기생충이 붙어있어 앞을 보지 못한다.

전통적으로 약 200년까지 살 것으로 추정됐지만 2016년 발견된 한 마리는 수명이 272~512세에 달해, 척추동물 중 최고의 장수동물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린란드상어는 몸길이는 7m, 무게 1t으로, 일년에 약 1㎝씩 느리게 성장한다. 성적으로 성숙하는 나이도 150세가 돼야한다.

ZME는 "우리는 이 오래된 생물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으며, 아직 알아내지 못한 다른 장수동물이 많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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