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억7500만년간 진화하지 않은 '살아있는 화석'이 발견됐다.
미국 노스앨라배마대학교 연구팀은 '캔디다투스 데술포루디스 아우닥스비아토르(CDA)'라는 박테리아를 연구한 결과 최소 1억7500만년간 '진화정지(evolutionary stasis)' 상태인 것을 밝혀냈다고 10일 ISME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CDA는 2008년 남아프리카 음포넹 금광 깊이 2.8㎞의 지하수에서 발견됐다. 이 장소에서는 CDA가 단일종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후 조사를 통해 CDA가 전 세계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깊은 지하 속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통 미생물은 광합성에 의존하는 반면 CDA는 화학반응을 통해 생존한다. 주변의 우라늄, 토륨, 포타슘 등이 방사성 붕괴 중 방출하는 에너지로 물 분자가 분해,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소로 호흡에 필요한 수소를 얻는다. 따라서 지구상의 대부분의 생명체와 달리 CDA는 생존을 위해 햇빛이나 다른 유기체가 필요하지 않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다른 종의 방해를 받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팀은 CDA의 진화와 적응 방식 등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시베리아와 캘리포니아, 남아프리카에서 126개의 CDA를 채취했다. 그리고 각 CDA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 각자의 환경에 따른 진화 방식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세 대륙의 CDA는 거의 동일했다. CDA는 표면이나 공기 중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대륙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없으며, 샘플의 교차 오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팀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연구팀의 에릭 비크래프트 교수는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설명은 이 미생물들이 약 1억7500만년 전 초대륙 판게아가 해체되며 분리된 뒤 그 이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비글로 해양과학연구소 생물학자 라무나스 스테파나우스카스는 "미친 소리 같지만 CDA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보이며, 이는 미생물 진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와 어긋난다"며 "이는 다윈이 갈라파고스섬에 고립된 핀치새를 발견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테리아는 매우 빠르게 진화한다. 실제로 일부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진화시킬 수 있어 늘 골치였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과학자들은 일부 시아노박테리아 종이 진화적 정체 상태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었다.
연구팀은 CDA가 미생물의 진화정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CDA가 돌연변이에 저항하는 특수 메커니즘을 가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연구팀은 다른 유기체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유전 물질의 긴 사슬을 결합하는 중합 효소(polymerase)와 함께 돌연변이 확률을 줄일 수 있는 DNA 복구 메커니즘 유전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비크래프트 교수는 "CDA는 인간이 아직도 지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잘 보여준다"며 "이번 발견은 지구상의 생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