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후기(6800~6500만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티라노사우루스가 모두 25억마리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고생물학자 찰스 마샬 교수 등 연구진은 16일 사이언스 저널을 통해 '티라노사우루스의 월등한 개체수와 보존율(Absolute abundance and preservation rate of Tyrannosaurus rex)'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300만년 이상의 기간 동안 누적 개체수라는 것을 감안해도 25억이라는 숫자는 영화에서 홀로 어슬렁거리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많다. 그러나 마샬 교수는 "멸종된 분류군의 개체 수를 추론하는 능력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발전했다"며 "이런 능력은 많은 화석의 발견과 더불어 연령이나 체질량 추정치로부터 성장 및 생존 곡선을 설정하는 방식 등에 의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신체 크기와 인구 밀도의 관계를 보여주는 '다무스의 법칙(Damuth's Law)'을 사용했다. 이는 동물이 클수록 개체군 밀도가 낮아지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또한 신진 대사가 느린 종들이 더 큰 인구 밀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팀은 대형 포유류 육식동물과 코모도왕도마뱀의 중간 쯤으로 생리 상태를 가정했다.

화석 기록을 사용해 티라노사우루스의 평균 무게를 5.2t로 추정한 결과 일정 시간대에 존재한 개체수는 2만 마리 정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중매체 속의 티라노사우루스 <사진='쥬라기 공원' 공식 스틸>

성장률과 규모를 포함한 추정치를 바탕한 인구 밀도 계산 결과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지역에는 약 3800마리가 돌아다녔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지역은 백악기 말기에 형성된 헬크리크 층이라는 지층에서 공룡 뼈가 무더기로 발견된 곳으로, 이전 연구에서도 다수의 공룡들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그간 발견된 트리케라톱스의 화석 숫자를 감안하면 티라노사우루스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고 밝혔다.

물론 숫자를 내기 위해 많은 가정이 동원됐기 때문에 결과가 정확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또 멸종한 동물의 숫자를 세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런 발견은 과거에 존재했던 동물 중 얼마나 많은 종이 화석도 남지 못했는지를 이해하는 수단이 된다고 밝혔다. 25억 마리로 추정되는 티라노사우루스 조차도 발견된 화석은 30여구에 불과하며, 이는 8000만 마리 중 한 마리 꼴에 불과하다.

마샬 교수는 "이 연구로 인해 화석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희귀한 일인지, 반대로 많은 종이 짧은 생존 기간과 숫자 부족으로 화석도 남기지 못했는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