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떨어졌다'며 단 것을 챙겨먹는 경우가 있다. 이는 혈당이 낮아진 것은 물론 '배가 고프다'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뱃속이 비면 위장에서는 그렐린(ghrelin)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렐린이 뇌의 시상하부에 도착하면 식욕이 생기게 되며, 음식을 먹게 되면 그렐린 분비가 줄어든다.
반대로 식사를 통해 지방 세포에 에너지가 충분히 저장되면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이처럼 배고픔과 배부름에 대한 설명은 이제까지 호르몬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혈당'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영양과학자 사라 베리 교수는 “오랫동안 혈당 수치가 배고픔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추정돼 왔지만, 결정적인 연구는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에 우리는 혈당 저하가 배고픔을 일으킨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영국과 미국의 참가자 1070명을 대상으로 정해진 아침식사를 한 뒤 3시간 동안 식사 금지 시간을 정하고 혈당과 기타 지표 등을 조사했다. 2주간 진행된 조사 기간 중 참가자들은 지속적으로 혈당 수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했으며, 배고픔을 느낄 때와 언제 무엇을 먹었는지를 휴대폰 앱에 기록했다.
그 결과 식후 수시간 뒤 발생하는 혈당 저하가 식욕 및 에너지 수준과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혈당이 크게 떨어진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식욕이 9% 더 증가했으며 다음 식사를 약 30분 더 빨리 먹었고 결과적으로 300cal 이상을 더 소비했다. 특히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점은 식사 후 약 3시간 쯤으로, 참가자들이 배고프다고 보고한 시점과 일치했다.
혈당과 식욕의 연관성은 1950년대부터 알려졌지만, 혈당이 실제로 굶주림을 억제하는 증거가 확실치 않아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대신 그렐린과 렙틴 등 호르몬에 초점이 맞춰졌다.
물론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보고에 의존하고 호르몬에 대한 조사가 포함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포도당과 식욕 및 에너지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정량적 증거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노팅엄대학 유전학자인 애나 발데스는 "많은 사람들이 체중 감량과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혈당 저하가 식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사람들의 체중과 건강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데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