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웃음가스로 완화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무려 3억8000만명, 세계 인구의 4.8%가 앓는 우울증은 개인은 물론 주변 삶까지 파괴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의과대학 공동연구팀은 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를 통해 웃음가스가 우울증 완화에 뚜렷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가 개발한 웃음가스는 환각물질인 아산화질소다. 물과 알코올에 잘 용해되며 특유의 마취 및 환각작용으로 초창기 수술 마취제로 사용됐다. 현재도 외과수술 보조마취제 역할을 한다. 가스를 흡입한 환자가 미소를 짓는다는 점에서 웃음가스란 애칭이 붙었다.

웃음가스가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웃음가스가 마약류인 케타민과 동일한 효과를 가졌는지 주목했다. 전신마취에 널리 사용되는 케타민은 여러 실험을 통해 항우울 효과가 입증됐다. 연구팀은 훨씬 전에 발견된 마취제인 웃음가스가 케타민과 같은 역할을 하리란 가설을 세웠다. 

실험에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남녀 24명이 동원됐다. 농도 25%와 50%의 웃음가스, 산소를 각각 1시간씩 흡입했다. 이후 연구팀은 웃음가스와 산소가 피실험자들에 준 항우울 효과를 측정했다.

그 결과 케타민에 따른 항우울 효과가 농도가 낮은 웃음가스에서도 충분히 발휘됐다. 25%의 웃음가스를 마신 피실험자 중 무려 85%가 눈에 띄는 항우울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팀 관계자는 “케타민은 우리 뇌 속의 NMDA 수용체(정상세포의 신호전달·사멸에 관여)를 차단하는데 이 과정에서 항우울 효과를 발휘한다”며 “웃음가스는 낮은 농도라도 케타민에 필적하는 항우울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감정기복이 심한 우울증은 극단적 선택을 부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사진=pixabay>

이어 “50% 농도의 웃음가스를 마신 피실험자 한 명이 불쾌함을 호소했을 뿐 부작용도 없었다”며 “두통이나 어지러움, 졸음, 침흘림 등 케타민 특유의 부작용이 없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웃음가스 치료를 1회 받으면 2~4주간 효과가 지속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케타민에 비해 부담이 덜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알코올 의존증 등 우울증을 야기하는 다양한 질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실험 관계자는 “웃음가스의 안정성이 추가 실험들을 통해 입증될 경우 우울증이나 알코올 의존증,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는 중증 우울증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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