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이 자동차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군이 개발한 무인 전함들이 2022년 실전 배치를 위해 현재 시험가동이 한창이다. 멕시코 만을 출발한 무인 전함들은 이미 파나마운하를 지나 8200㎞ 먼바다까지 사람 도움 없이 항해했다.
갑판 위 승조원이 전혀 보이지 않아 유령선으로 통하는 미군의 전함 이름은 ‘시 헌터(Sea Hunter)와 ‘노매드(Nomad)’ ‘레인저(Ranger)’ 함이다. 이 배들은 2016~2017년 미 해군 참모총장이 지휘하는 전략능력국(Strategic Capabilities Office, SCO)이 해군과 공동 개발해 실험 중인 무인수상선(Unmaned Surface Vessel, USV)이다.
전장 59m인 노매드 함은 이미 유인수상선들과 함께 8200㎞에 달하는 장거리 무인운전 시험을 마쳤다. 대서양의 미 해군기지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거쳐 제3함대가 자리한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무사히 도착했다. 레인저 함 역시 노매드 함과 무인 시험항해에 성공했다. 좁고 위험한 운하를 제외하면 전체 경로의 98%를 자동으로 운전했다.
이들 전함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다. 미군은 사람의 도움 없이 작전을 수행하는 ‘고스트 플릿 오버로드(Ghost Fleet Overload)’ 프로그램, 즉 ‘유령함대’를 이전부터 계획해 왔다.
미 해군은 승조원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탑승하지 않는 무인수상선이 미래 해상 작전의 핵심이라고 본다. SOC 담당자는 “해난사고가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승조원의 판단 착오”라며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에 항해를 맡기면 한층 안전성이 높아진다”고 기대했다. 이어 “많은 선원이 탈 필요가 없어 선체 경량화가 가능하고 식량, 연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 헌터와 노매드, 레인저 등 무인수상선들은 다양한 해상을 누비며 AI 학습이 한창이다. 해역의 특징이나 해수의 온도, 흐름, 수중생물 분포, 군사작전 빈도, 전략적 중요도, 적의 침략 빈도, 사고 유무 등 방대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실전 운용에 대비할 방침이다. 이렇게 성능 검증을 완료한 AI 항해 시스템은 향후 스텔스 기능을 갖춘 첨단 전함에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