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을 맞아 토끼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 인류에 의해 오래전 가축화된 토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친숙한 동물이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많다. 

토끼의 가장 큰 특징인 길고 커다란 귀는 상당히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생존 장치다.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몸집에 비해 유독 커다란 토끼의 귀는 대략 세 가지 기능을 가졌다.

우선 토끼의 귀는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고성능 집음 장치다. 토끼는 귀를 쫑긋 세워 주위의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는데, 두 귀가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변 360°의 소리를 효과적으로 파악한다.

토기의 크고 길쭉한 귀는 실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사진=pixabay>

야생 토끼는 포식자가 주변에 있을 때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귀만 살짝 움직여 천적의 위치를 알아낸다. 포식자가 어디 있는지, 자신과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순식간에 알아내는 토끼의 귀는 레이더 역할을 톡톡하게 해낸다.

토끼의 귀는 달릴 때도 요긴하다. 발달된 뒷다리를 이용해 깡충깡충 뛰는 토끼는 느린 동물 같지만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때 최대 속도는 시속 약 80㎞를 넘는다. 토끼의 귀는 급격한 방향 전환 시 균형을 잡아주며, 자칫 넘어질 때는 큰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까지 흡수한다. 

또한 토끼들은 귀를 통해 체온을 조절한다. 한여름 토끼는 모세혈관이 촘촘하게 분포한 귀를 쫑긋 세우고 바람을 쐬면서 체온을 내린다.

토끼가 작정하고 뛰면 최대 시속 80㎞도 낸다. <사진=pixabay>

이런 특징 때문에 덥고 습한 지역에 적응한 토끼일수록 귀가 크다. 반면 추운 지역에 서식하는 토끼의 귀는 이보다 비교적 작다. ‘앨런의 법칙’, 즉 추운 곳에 사는 항온동물들일수록 귀와 코, 팔, 다리 등 몸의 말단 부위가 작은 생물학 이론과 맞아떨어진다.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할 단백질 공급원으로 토끼를 꼽는 학자도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사람들이 사육해온 토끼는 소에 비해 들어가는 먹이의 양이 20%에 불과해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는다. 가축을 키울 때 발생하는 엄청난 온실가스가 갈수록 문제가 되는 터라 토끼 사육은 소에 비해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0년 세계적으로 약 100만 t의 토끼고기가 생산됐다. 최근 동물 세포나 식물을 이용한 대체육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완전한 인공육이 시장에 유통되기 전까지 토끼가 소를 대신할 식육용 가축으로 활약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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