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에 육박하는 폭염을 극복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가 인공강우(cloud seeding) 프로젝트를 시행해 시선이 쏠렸다. 드론을 이용해 구름 속에 전하를 방출, 인공강우를 만드는 이 프로젝트는 두바이에 호우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무더위와 가뭄 해결을 위해 일부 선진국이 관심을 기울였던 인공강우는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지구촌이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인공강우는 말 그대로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는 시스템이다. 물 부족 해결을 위해 국지적 비를 생산하는 장치로 연구됐다. 1946년 11월 14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소속 기상학자 버나드 보니것은 요오드화은이 구름의 빙정핵(강수입자)을 만들어내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이 인공강우의 시작이 됐다. 그의 동료이자 노벨화학상 수상자 어빙 랭뮤어는 인공강우의 첫 실험자다.
초창기 인공강우는 두바이 프로젝트와 달리 드라이아이스나 요오드화은을 이용했다. 수증기가 구름 속 빙정핵에 달라붙어 발달하는 것이 비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드라이아이스와 요오드화은이 빙정핵 역할을 대신한다. 비행기나 로켓 등으로 구름에 대량 살포한 드라이아이스 조각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 비가 되는 원리다.
요오드화은의 경우 지상에 굴뚝이 달린 대규모 연소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고농도 고체연료를 태워 연기구름을 만들고 실제 구름 높이까지 띄우면 요오드화은이 빙정핵 역할을 해 비가 쏟아진다. 구름까지 연기가 닿게 하기 위해 연소실은 5000m 고지대에 조성된다. 중국이 이 방법으로 인공강우를 연구 중이다.
중국은 2008년 8월 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당일 인공강우를 활용했다. 세계인들의 축제를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날씨 속에 열고자 요오드화은을 실은 로켓 1104발을 21개 지역에서 쏘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2018년 중국은 스페인 국토의 3배에 달하는 요오드화은 연소실을 고안했다. 중국의 거대 물탱크 역할을 하는 티베트고원에 연소실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곳에서 국토 전체의 물 사용량 7%를 충당할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은 대규모 황사를 잠재우기 위한 인공강우 활용법도 연구하고 있다.
현재 폭염 속에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일본은 1964년 도쿄 및 관동지방이 기록적 물 부족 현상을 겪자 인공강우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1970년대 수력발전에 이용하기 위해 인공강우를 연구했다. 문부과학성은 2025년 세계적 물 부족 현상이 오리라는 국제연합 권고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물부족에 대비한 인공강우 및 인공강설 종합연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남부를 중심으로 가뭄이 빈발하는 인도는 2003~2004년 미국과 손잡고 인공강우 실험을 시작했다. 2008년 안드라프라데시 지역에서 대형 인공강우 실험이 있었고 현재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인공강우에 관심을 가졌다. 러시아 공군이 참여해 벨라루스 상공에서 인공강우 실험이 열린 적도 있다.
미국은 가뭄이나 대규모 산불에 대비해 인공강우를 개발해 왔다. 2006년 와이오밍에서 880만 달러(약 101억원)를 투입한 대규모 인공강우 실험이 실시됐다. 북미주간기상조정회의(NAIWMC)를 중심으로 현재 영화 ‘지오스톰’에 등장하는 기상제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19년 1월 미세먼지를 줄일 목적으로 인공강우 실험에 나섰다. 서해상에 비행기를 날려 인공 비를 만들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살폈다. 당시 요오드화은이 담긴 연소탄을 사용했는데 한 발에 30만원이나 하는 고가인 데다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미세먼지를 잡는 데 인공강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에는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국가끼리 공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연구에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이다. 국제 무역과 금융의 허브인 아랍에미리트야 170억원 넘는 돈을 쏟을 여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물 부족 국가는 가난하다. 때문에 자력으로 인공강우를 연구하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