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 어딘가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은 오래됐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지구 환경과 비슷한 행성을 찾아 헤매왔다. 해비터블 존(habitable zone), 즉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을 가진 행성이 우주 어딘가에 있다면 인류의 이주 역시 실현될지 모른다.

포르투갈 포르투대학교 연구팀은 유럽남방천문대(ESO) 초대형망원경(VLT)의 최신 분광기 에스프레소(ESPRESSO)를 이용한 연구 결과 적색거성 ‘L98-59’ 주변을 도는 외계 행성 3개가 슈퍼지구(super-Earth)일 가능성이 있다고 5일 밝혔다. 더욱이 1개 또는 2개의 행성도 추가 관측했다고 덧붙였다. 슈퍼지구란 우리가 사는 지구보다 크면서 환경이 비슷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의미한다.

지구로부터 35광년 떨어진 ‘L98-59’이 2년 전 미 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발견될 당시 천문학자들은 트랜싯 법(transit method), 즉 행성횡단 관측법을 통해 주변 행성 3개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도플러 분광법(시선속도 측정법)을 이용, 이들 행성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는 데 성공했다.

적색거성 'L98-59' 주변에서 발견된 행성들이 슈퍼지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L98-59’에 가장 가까운 행성은 금성의 절반 정도 크기의 슈퍼지구일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가까운 행성은 지구의 1.4배 크기로 역시 암석으로 된 슈퍼지구로 추측됐다. 세 번째 행성의 크기는 지구의 1.5배, 질량은 2배로 30%가량은 물일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특히 연구팀은 ‘L98-59’ 주변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 2개 더 숨어 있었다고 밝혔다. ‘L98-59’ 최초 발견 당시 트랜싯 법으로는 잡아내지 못했던 행성이 도플러 분광법을 이용해 정체를 드러냈다. 연구팀은 ‘L98-59’ 앞을 가로지르지 않는 행성이 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 발견된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3배로 12.8일에 ‘L98-59’ 주변을 한 바퀴 돈다. 또 다른 행성은 실존하는지 불확실하지만 질량은 지구의 2.46배, 공전 주기는 23일로 추측됐다. 너무 가까운 것 같지만 ‘L98-59’는 적색거성, 즉 생애 말기에 도달한 중소형 항성이다. 태양보다 온도가 훨씬 낮아 생명이 살 온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성과는 행성 관측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성공 확률도 높은 트랜싯 법의 단점을 도플러 분광법이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98-59'와 4개(혹은 5개) 행성의 배치(위)와 태양계 비교 이미지 <사진=ESO, M. Kornmesser>

트랜싯 법은 항성과 지구 사이의 행성 움직임을 이용한다. A라는 항성과 지구 사이에 행성 B가 있다면 지구에서 볼 때 A의 빛이 살짝 가려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이 주기적으로 관찰된다면 A 주위를 B가 공전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다른 행성 측정방법에 비해 압도적인 성과를 냈고 빛의 그늘을 이용해 행성의 크기까지 가늠할 수 있지만 단점도 있다. 항성 앞을 가로지르지 않는 행성, 즉 항성과 지구 사이를 통과하지 않는 행성은 발견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수단이 도플러 분광법이다. 시선속도(radial velocity)란 천체가 관측자의 시선 방향에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속도다. 이를 이용하는 도플러 분광법은 항성의 위치 변화로 행성의 존재를 추측한다.

도플러 분광법은 유명한 도플러 효과에서 착안했다. 파동의 근원과 관찰자의 상대 속도에 따라 진동수와 파장이 바뀌는 현상을 응용했다. 항성과 그 주위를 도는 행성들은 인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다. 행성의 위치에 따라 항성에 떨림이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행성을 관측한다.

이미지화한 적색거성 'L98-59' <사진=ESO, M. Kornmesser>

이 방법은 트랜싯 법으로는 알 수 없는 행성의 질량도 유추할 수 있다. 질량을 알 수 있다면 행성의 크기와 밀도를 추측할 수 있다. 이 정보를 통해 행성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까지 짐작 가능하다. 밀도가 높으면 암석행성, 반대로 가벼우면 가스행성일 가능성이 크다.

천문학자들이 지금껏 존재를 확인한 행성은 수천 개다. 은하계에만 1000억개 넘는 항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해낸 것과는 큰 차이다. 행성을 찾는 데 동원되는 기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L98-59’ 주변에서 발견된 새로운 행성과 기존 세 행성을 보다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슈퍼지구는 우리 외에 또 다른 생명체의 존재를 우주공간에서 확인하는 중대한 도전”이라며 “동시에 우리가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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