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이용해 뇌 특정 영역을 집중 자극하면 심각한 우울증을 85% 이상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미국정신건강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기로 뇌를 단기간 자극,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지난해 개발한 집중 자기 자극 요법 ‘SAINT’를 동원했다. SAINT는 ‘Stanford Accelerated Intelligent Neuromodulation Therapy’, 즉 ‘스탠퍼드 가속 지능 신경 조절 치료법’의 약자다.

SAINT는 우울증 개선에 활용되는 경두개 자기 자극(TMS)을 응용한 치료법이다. TMS는 잘 낫지 않는 두통부터 우울증,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데, 우울증의 경우 30%가량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다만 6주라는 비교적 긴 치료기간이 단점으로 꼽힌다. SAINT는 이를 단 5일로 압축해 보다 강한 자극을 주는 요법이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4월 발표한 SAINT <사진=스탠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평균 9년의 우울증 병력을 가진 22~80세 남녀 29명이었다. 제법 강한 항우울제도 듣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일부는 TMS를 통해서도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연구팀은 우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실험 참가자들의 뇌 실행 기능 영역을 파악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쓸데없는 충동을 억누르는 반응을 관장하는 뇌 영역을 특정한 뒤 1회 10분 하루 10회 사이클의 집중 자기 자극 세션을 총 5일간 실시했다.

SAINT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29명 중 14명에게는 실제 치료를, 나머지에게는 SAINT를 가장한 플라시보 치료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실제 치료를 받은 14명 중 85%가 넘는 12명이 뚜렷한 효과를 경험했다. 45년간 우울증을 앓던 끝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남성 환자는 “비로소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되찾았다”고 기뻐했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중증으로 악화되고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비록 참가자가 적은 실험이지만 90%에 육박하는 치료효과는 SAINT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5일이 지난 뒤 정밀 진단 결과 우울증 판정을 받지 않을 정도로 환자들 상태가 호전됐다. 부작용은 일시적인 피로와 두통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TMS는 30% 안팎의 저조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데다 6주라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해 생각보다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보지 못했다”며 “우울증은 조기 발견 및 조치가 중요한 만큼 단기간에 집중 치료하는 SAINT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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