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스위스 산촌 지역에서 발견된 오래된 단검이 약 2000년 전 로마 병사들의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이 단검이 라이티아(Raetia) 사람들과 전쟁에 동원된 것으로 추측했다.

스위스 바젤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지난 2019년 대학생 고고학 마니아들이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발굴한 단검이 약 2000년 전 로마 병사들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치대를 다니던 아마추어 고고학 동호인들은 지난 2018년 봄부터 스위스 동남쪽 그라우뷘덴 티펜카스텔 산촌 일대를 탐색했다. 이들은 지난 2003년 이곳에서 이뤄진 고고학자들의 조사에서 고대 로마군 흔적이 발견됐으나 이렇다 할 유물이 나오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2019년 스위스 티펜카스텔 계곡 부근에서 발견된 고대 로마 병사의 단검 <사진=Archaeological Service Graubünde>

티펜카스텔 인근이 생각보다 정밀하게 조사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이들은 허가를 받고 금속 탐지기를 동원했다. 이 생각은 보기 좋게 적중해 땅속에 박힌 고대 금속 단검의 존재를 희미하게나마 잡아냈다. 티펜카스텔 계곡 부근의 낮은 언덕에서 발견된 단검의 손잡이 끝은 십자 모양이었고 칼집은 은과 놋쇠로 장식돼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고대 로마가 병사들에게 지급한 단검은 티펜카스텔에서 나온 것처럼 장식된 칼집에 꽂아 벨트에 차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며 “고고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발견 덕에 현장에서는 창끝이나 방패 일부, 동전, 로마 병사가 신던 칼리가(caliga, 바닥이 튼튼한 샌들형 군화)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식이나 일부 유물에 새겨진 글씨 등으로 미뤄 라이티아군의 것으로 보이는 검이나 방패 파편도 일부 확인됐다”며 “이 유물들은 지금껏 위치가 파악되지 않던 고대 로마군과 라이티아군의 격전지를 특정할 가능성이 높으며, 고대 로마와 주변 국가의 역사 파악에 중요한 단서”라고 덧붙였다.

고대 로마 병사 단검의 손잡이 장식 <사진=Archaeological Service Graubünde>

라이티아인은 스위스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 걸쳐 분포하는 알프스 산악지대에 기원전 2세기부터 터전을 잡은 부족이다. 기원전 50~30년 사이 로마군이 침범해오자 격렬하게 대항했고 이 무렵 큰 전쟁이 벌어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격전 끝에 승리한 로마군이 자축의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단검들을 땅에 묻은 것으로 여겨진다”며 “손잡이가 십자 모양인 특징적인 이 단검들은 고대 로마의 옛 영지에서는 지금까지 네 자루밖에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하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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