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트렌드가 된지 오래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많은 자리들이 속속 사라지는 추세지만 기술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대학과 스타트업 업체는 아이돌과 팬이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나마 손을 맞잡을 수 있는 희한한 기술을 선보였다.
게이오기주쿠대학교와 산학협력 스타트업 모션립(Motion LIB)은 16일 도쿄에서 가상 악수회 ‘스카파! 아이돌 페스티벌~Think of SDGs~(スカパー!アイドルフェス!~Think of SDGs~)’을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팬은 가상현실(VR)을 구현하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모션립이 제작한 기계손을 잡았다. 멀리 떨어진 아이돌은 카메라를 이용해 팬과 마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리얼햅틱(real-haptic)기술이 적용된 글러브에 힘을 주자 팬이 잡고 있던 기계손은 아이돌이 의도한 방향과 형태대로 움직였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모셥립이 개발한 ‘VR 악수 솔루션’ 덕이다. 대면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와 비슷한 감촉을 나누게 해주는 기술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이돌 문화를 가진 일본에서 악수회는 스타와 팬들을 연결하는 소통의 장인데,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행사가 아예 열리지 못하고 있다.
미조구치 타카히로 모션립 대표는 “VR 악수 솔루션은 리얼햅틱 기술에 의한 일종의 감촉 무선 전송기술”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얼마든 좋아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얼햅틱은 아이돌 악수회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기술”이라며 “예컨대 병이나 해외 파견 등 다양한 이유로 서로 떨어진 가족 구성원을 한데 모인 것처럼 가깝게 연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지구촌 사람들을 비대면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며 “언택트·거리두기가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리얼햅틱과 VR 기술을 활용할 분야는 사실상 무한대”라고 강조했다.
모션립의 ACB코어(ABC core)를 장착한 리얼햅틱 기술은 사용자가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존 햅틱 기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손이 쥐는 힘의 정도나 물건의 감촉을 정확하게 원격 전송·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힘을 순간적으로 조절하는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추구하는 모션립은 조금만 세게 쥐면 부스러지는 크루아상을 가볍게 다루는 기계손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70여 개 회사가 공동 기술 개발에 뛰어든 모셥립의 리얼햅틱 기술은 사실상 시작된 위드코로나 시대 전혀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떠올랐다.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가상화 기술은 언젠가 사람의 속마음까지 전달하게 해줄지 모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