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대학교 연구팀이 달 토양을 활용한 애기장대 재배에 성공하면서 우주 농업에 관심이 집중됐다. 우주 농업은 언제가 될지 모를 인류의 행성 이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 ‘마션’ 속 한 장면처럼 싱싱한 채소를 지구 밖에서 키우기 위해 인류는 이제 막 중요한 한 걸음을 뗐다. 

흙은 인류의 생명을 유지해 준 대기, 물과 함께 자연환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과 동물은 땅에서 식량의 대부분을 얻는다.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영위해온 농업은 토양이 있어 비로소 성립된다.

학자들은 민간 기업들도 가세하며 활기를 띠는 우주 개발이 향후 더 진전되면 우주 농업 실용화가 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 바깥의 흙이 어떤 성분인지, 인류가 먹을 식물을 키울 조건이 되는지 알아내야 한다.

일단 인류는 레골리스, 즉 달 같은 천체의 표면 토양을 활용한 식물 재배에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자금 지원을 받은 플로리다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논문을 내고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 등 달이나 화성 장기 체류를 위한 우주 농업 실용화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화산재 및 달 레골리스를 활용한 애기장대 재배 실험. 발아는 성공했으나 6일 뒤 발육부전이 확인된 오른쪽이 달 레골리스다. <사진=플로리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레골리스는 달이나 화성 등 고체 천체 표면에 존재하는 암석 부스러기들이다. NASA는 아폴로 달 착륙 당시 다양한 크기의 입자 퇴적층과 사상물질로 구성된 달의 레골리스를 채취, 보관 중이며 우주 농업 등 다양한 실험에 활용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레골리스와 함께 대조군으로 지구의 화산재도 이용됐다. 토양에는 매일 영양분을 함유한 용액(양액)이 투입됐는데, 이틀 후 레골리스와 화산재 모두 애기장대가 발아했다.

연구팀은 애기장대가 달의 레골리스에서도 싹을 틔우자 잔뜩 고무됐다. 하지만 6일 후 달 레골리스에 심은 애기장대는 발육부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레골리스에서 재배한 식물에서 뚜렷한 스트레스 반응이 확인됐다.

우주 농업에서 흙이 중요한 것은 지구처럼 작물의 생명을 유지하는 기반이 토양이기 때문이다. 달의 레골리스에서 자란 애기장대는 염류나 중금속이 많은 가혹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와 같은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우주 공간에서 농사의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사진=영화 '마션' 스틸>

이번 연구는 인류가 언젠가 이뤄내야 할 우주 농업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다. 식물이 레골리스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를 찾아내거나 달이나 화성 레골리스에 특정 성분을 첨가하는 등 적극적인 토양 연구를 위한 문을 연 셈이다. 

이런 실험은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가한 일본에서도 이미 성공했다. 지난 2월 오바야시와 토잉(TOWING) 등 일본 민간 업체들은 달의 레골리스를 본뜬 모래와 유기질 비료를 이용해 소송채를 보란 듯 길러냈다.

두 회사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공동으로 달의 레골리스를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로 쪼여 건재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토잉은 무기 다공체(多孔体) 설계 기술을 활용, 인공 토양화 및 인공 토양 재배를 가능하게 하는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다공체는 향후 인류의 우주 농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공체란 작은 요철을 이용해 구멍을 낸 특수 소재다. 인공 토양화는 모래 속에 토양미생물이 살도록 만들고, 유기질 비료를 식물 흡수가 용이한 무기양분으로 분해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미중력 공간에서 키운 고추를 보며 기뻐하는 우주비행사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회사 관계자는 “천체들의 레골리스를 우주비행사나 향후 인류가 먹을 채소 재배가 가능한 토양으로 만드는 기술은 아주 중요하다”며 “우주 농업의 실현을 향한 첫발을 내디딘 성과가 머잖아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발 중인 우주 농업 모델은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순환해 화학비료를 지구에서 운반하거나 우주에서 제조할 필요가 없다”며 “효율적으로 식물을 재배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이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의 레골리스를 본뜬 모래를 마이크로파로 가열, 소성한 다공체는 회수율도 높아 자원이 귀한 우주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토양 유래 미생물을 이용하는 등 실제 흙에서 농사짓는 조건과 비슷해 뿌리채소나 큰 작물 재배도 가능할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학자들은 우주 농업이 이제 막 시작한 단계지만 우주 개발에서 가장 매력적인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번에 실증된 기술들은 우주뿐 아니라 지질이 떨어진 토양을 되살리는 등 지구의 식량 부족 현상을 해결할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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