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측한 외형으로 잘 알려진 항문 없는 고대 생물 ‘사코리투스(Saccorhytus)’가 사람과 전혀 무관한 존재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코리투스’는 한때 인류의 오랜 조상일 가능성이 제기돼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인류의 조상일 수 있다고 여겨져온 ‘사코리투스’가 사람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생물이라고 주장했다.

‘사코리투스’는 중국 산시성 캄브리아기(약 5억4000만년 전) 지층에서 화석 형태로 발견됐다. 약 1㎜ 정도로 몸집이 아주 작은 ‘사코리투스’는 흉악한 형상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항문이 없는 독특한 신체 구조로 관심을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은 2017년 보고서에서 ‘사코리투스’가 진화계통수상 인류와 가깝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심지어 이 생물이 인류의 조상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생물학계에서 크고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사코리투스 화석을 3D로 재현한 일러스트 <사진=중국과학원난징지질고생물학연구소(NIGPAS) 공식 홈페이지>

다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사코리투스’는 우리 인류와 무관한 고대 생물이다.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사코리투스’가 인류와 가깝다고 생각된 것은 무섭게 벌린 입 주변의 작은 구멍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구멍들은 아가미의 일종으로 해석됐고, 이를 근거로 일부 학자들은 ‘사코리투스’를 후구동물(배아 발생 과정에서 원구가 항문이 된 뒤 입이 따로 만들어지는 동물)로 분류했다. 후구동물은 불가사리를 비롯해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까지 그 분포가 광범위하다. 때문에 ‘사코리투스’가 인간의 조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생물일 수 있다는 학설이 힘을 받았다.

연구팀은 ‘사코리투스’의 화석 분석을 통해 이를 부정했다. 입자가속기의 일종인 싱크로트론의 강력한 X선을 동원해 ‘사코리투스’의 화석 입체 모델을 구축한 연구팀은 입 주면 구멍이 실제로는 막혀 있고 아가미가 아니라 부러진 가시의 뿌리임을 확인했다.

201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가 공개한 사코리투스의 상상도(위)와 화석 <사진=케임브리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이 가시는 먹이활동 또는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관찰로 판명된 특징에 근거하면 ‘사코리투스’는 후구동물이 아닌 전구동물, 즉 먼저 입이 형성되는 동물로 분류돼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사코리투스’가 전구동물이면서 구체적으로는 탈피동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즉 ‘사코리투스’는 인간이 아닌 허물을 벗는 곤충이나 갑각류, 선충 등의 동료라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도 ‘사코리투스’의 항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 관계자는 “분명 먹이활동에 의한 찌꺼기를 평생 몸속에 쌓아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사코리투스’가 입으로 배설까지 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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