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중동 지역에 활발하게 지어진 수렵 시설 연(kite)이 아라비아 사막에서 처음 발견됐다. 연은 지상에 펼쳐진 거대한 연 같다고 해서 항공기 조종사들이 붙인 명칭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와 이라크 남부에 걸친 네푸드 사막에서 고대 수렵용 건축물 연을 350개 이상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북아프리카에 걸친 유물 탐사 프로젝트(EAMENA)에 참가한 연구팀은 그간 조사가 미진했던 네푸드 사막 동부를 촬영한 위성 영상을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선사시대 수렵 시설 연이 집중된 곳을 특정했다.
조사 관계자는 “기원전 9000~4000년 완신세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동 지역의 결합 및 기후에 대한 이해를 바꿔놓을 수 있는 발견”이라며 “이번에 발견된 연들은 낮은 석벽 울타리와 수백㎞에 걸쳐 이어지는 벽으로 구성된 특이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사람들은 가젤 같은 사냥감을 몰아 시설 안으로 유도했을 것”이라며 “벽에 막혀 도망가지 못하는 가젤들은 사람들 입장에서 손쉬운 사냥감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시설들은 지상에서는 쉽게 관찰할 수 없지만 구글 어스 등 지구 곳곳을 담은 위성 사진 오픈소스 플랫폼이 등장하며 위치가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선사시대 중동 지역 연들은 요르단 동부나 시리아 남부에 집중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북동쪽에 400㎞ 이상 펼쳐지는 네푸드 사막이나 이라크 남부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연구팀은 연들이 전에 발견된 것들보다 한층 꼼꼼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점에 주목했다. 조사 관계자는 “서로 연결되는 긴 벽의 가로 길이는 보통 100m 이상으로, 사냥감이 갇히게 되면 아무리 뛰어도 출구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구간에 따라 벽이 직선으로 4㎞나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선사시대 이 지역 사람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연을 짓고 유지·보수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구간별로 크기나 형상, 벽 길이가 다른 것은 당시 사람들의 지위나 독자성, 세력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고고학계는 신석기시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사냥 시설은 생존을 넘어 상징적, 의식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설이라고 여겨왔다.
연구팀은 새로 발견된 연들이 선사시대 아라비아 북부 전역을 잇는 연결고리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이곳은 현재 사막이지만 한때 기후가 온난했다”며 “이 건축물을 누가 만들었는지, 잡은 사냥감을 어떻게 했는지 추가 조사하면 네푸드 사막을 비롯한 중동 전체의 선사시대 생활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