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설탕이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소금을 넣는 사람도 있다. '솔트 커피'라는 용어가 통용될 정도로 소금 커피는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인기 음료로 각광받는다.

커피에 소금을 넣는 사람들은 쓴맛을 줄여주고 풍미를 살려준다고 입을 모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이는 흥미롭게도 과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소금(염화나트륨)에는 쓴맛을 억제하고 음식의 맛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도드라지게 하는 힘이 있다. 2015년 연구에서는 단맛과 쓴맛을 느끼게 하는 화합물에 소금을 넣으면 쓴맛이 사라지고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사실이 확인됐다.

커피에 설탕이 아닌 소금을 넣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진=pixabay>

우리가 짠맛을 느끼는 것은 혀에 분포하는 짠맛 수용체 '상피성 나트륨 채널(epithelial Na+ channel)' 때문이다. 쓴맛은 'TAS2Rs'라는 수용체에 의해 느껴진다.

2013년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학자들은 이 짠맛 수용체가 소량의 염화나트륨에 반응하지만 소금이 일정한 양을 넘으면 신맛과 쓴맛 수용체까지 반응하는 것을 알아냈다. 즉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역효과가 난다는 의미다.

커피의 쓴맛은 한약과 달리 상당히 복합적이다. 카페인이나 클로로겐산의 양에 따라 쓴맛의 깊이가 달라지고, 커피 원두를 어떻게 건조하고 볶았는지, 심지어 원두를 분쇄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쓴맛을 내는 성분 조합이 변한다.

커피는 원두를 말리고 볶고 갈아내는 방식에 따라 쓴맛과 풍미가 변한다. <사진=pixabay>

이런 커피의 복잡한 쓴맛을 소금은 잘 억제한다. 때문에 소금을 넣은 커피를 일상적으로 마시는 국가도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짠맛이 나는 커피에 우유를 넣어 카라멜과 비슷한 풍미를 낸다. 스웨덴에서는 커피에 소금에 절인 고기나 치즈를 곁들인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해군 병사들이 소금에 절인 커피를 마셨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 배경을 연구한 학자들은 열악한 환경 탓에 바닷물에서 소금을 빼내는 장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병사들이 소금기가 있는 커피를 마셧는데, 의외로 쓴맛이 덜하고 더 맛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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