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지구로부터 약 630만㎞까지 접근했던 소행성 ‘1998 OR2’가 드물게 관찰되는 검은 특징적 운석들의 기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4일 발표한 논문에서 표면이 검고 무수한 균열 때문에 쉽게 부서지는 특정 운석들이 소행성 ‘1998 OR2’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탄소질로 된 콘드라이트 운석류의 약 2%로 추정되는 이 운석은 강한 충격으로 인한 검은 색상과 줄무늬들 때문에 ‘shock-darkening’ ‘dark-streaked’ 등으로 불린다. 우리말로는 충격 암화  운석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운석은 철과 니켈 합금이나 황화철이 충격으로 발생한 고온에서 융해, 미세한 입자가 되면서 운석 규산염 광물과 섞여 형성된다. 우주 공간을 떠도는 소행성이 다른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2020년 4월 지구에 근접한 소행성 1988 OR2의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충격 암화나 그에 따른 충격 융해는 소행성의 격렬한 충돌을 암시하며,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고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아직 용어도 정립되지 않은 이 운석이 최초로 연구된 것은 1989년경”이라며 “그만큼 관심이 못 받던 충격 암화가 갑자기 급부상한 계기는 2013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첼랴빈스크 운석우”라고 설명했다.

첼랴빈스크 운석우는 2013년 2월 15일 관측됐다. 초속 약 15㎞로 대기권을 뚫고 들어온 약 17m의 소행성(또는 소행성 파편)이 폭발하면서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 대규모 운석우를 뿌렸다.

연구팀은 첼랴빈스크 운석에서 충격 암화 패턴이 다수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운석우가 내린 당시 지구 가까이에 있던 소행성군을 검토한 결과 ‘1998 OR2’가 지목됐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 떨어진 운석의 단면. 심한 충격으로 조직이 쉽게 부서지며 검은 선이 무수히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애리조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1998년 7월 24일 처음 관측된 소행성 ‘1998 OR2’는 지름이 약 2.16㎞로 비교적 크다. 지구 접근 가능성이 꾸준해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으로 분류됐다.

그간 충격 암화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연구팀은 원인이 되는 소행성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사 관계자는 “운석의 색상이 검다고 소행성도 반드시 검은색을 띠는 법은 없다. 예외가 너무 많고 연구 자료가 부족해 사실상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드물게 관찰된 충격 암화 운석의 기원이 전부 ‘1998 OR2’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첼랴빈스크 운석의 경우 그 원인으로 소행성 ‘2011 EO40’이 지목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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