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링컨셔 클리소프스 공사현장에서 발굴된 200년 된 병의 액체가 사람 소변으로 판명됐다. 당초 술로 알았던 발견자들은 크게 당황했는데, 학자들은 일명 마녀의 병(witches bottle)으로 보고 있다.

링컨대학교 생화학 연구팀은 24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200년 전 만들어진 병에 들어 있던 액체는 술이 아닌 인간의 소변이라고 전했다. 굳이 사람 소변으로 병을 채운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됐다.

병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다. 흙더미 안에서 낡아빠진 병을 파낸 공사장 인부들은 해적들이 마시던 럼주로 생각하고 맛을 보려 했다. 다만 현장 감독관이 일단 제지하고 정밀 조사를 결정하면서 수수께끼의 병은 링컨대학교로 보내졌다.

공사장 인부들이 영국 링컨셔 클리소프스 작업 현장에서 발견한 유리병 <사진=링컨셔주 공식 인스타그램>

연구팀은 범죄 현장에서 이용되는 분석 기술을 활용해 내용물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병에는 원래 럼주가 들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액체는 인간 소변으로 판명됐다.

조사를 진행한 자라 예이츠 연구원은 "병의 겉면은 낡았지만 깨지지 않았고 내용물이 꽉 채워진 채인 것은 놀랍다"며 "병의 용도는 여러 가지로 생각되지만 유력한 것은 마녀의 병"이라고 설명했다.

마녀의 병은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에서 유행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악령과 저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병에 소변과 머리카락, 손톱 등을 담아 땅에 묻었다.

의문의 유리병을 조사한 링컨대학교 자라 예이츠 연구원 <사진=링컨셔주 공식 인스타그램>

자라 예이츠 연구원은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단순한 소변을 담아 폐기하려던 것일 수도 있다"며 "약 200년 전 위생 환경은 지금과 달리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특히 작은 마을에서는 소변을 버리는 특정 장소가 없어 이런 병을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기묘한 오줌병으로 볼 것은 아니며, 200년 전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 종교의식까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라며 "연대 측정 결과 병의 제작연도는 대략 1790년인데, 이때는 아직 유리병이 수제작 되던 시기여서 공예품으로써 가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처럼 오래된 병을 발견할 경우 내부 액체를 함부로 마시지 말라고 경고했다. 2024년 6월 스리랑카 해역을 떠다니는 병을 발견한 어부들이 내용물을 마셨다가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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