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이 발사하는 흰 실은 원래 호흡기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 해양생물 연구팀은 27일 발표한 논문에서 해삼이 포식자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쏘는 흰 실 같은 물체, 즉 큐비에관이 사실은 진화한 호흡기라고 주장했다.

해삼은 천적이 다가오면 얇은 큐비에 관을 꽁무니로 뿜어 위기를 모면한다. 수중에 퍼진 해삼의 큐비에관은 거미줄처럼 끈적끈적해 포식자의 아가미나 입에 붙어 호흡과 움직임을 방해한다. 일부 해삼의 큐비에관에는 독성이나 자극성 물질도 포함된다.

연구팀은 해삼의 독특한 자기 방어에 숨은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흑해삼을 동원, 실험에 나섰다. 흑해삼의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팀은 큐비에관에 섬유 형태의 단백질이 존재하며, 이 덕에 효과적으로 적을 얽어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포식자의 공격을 큐비에관으로 막는 해삼 <사진=사이언스얼럿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Crab trapped in sticky sea cucumber innards' 캡처>

조사 관계자는 "이 단백질 DNA의 종열중복(같은 염색체절 2개가 종으로 결합)은 거미줄이나 누에가 뽑아내는 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라며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튼튼한 거미줄과 비슷한 무기를 해삼도 가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흑해삼 실험 과정에서 큐비에관이 원래 호흡기일 가능성도 알아냈다. 위험을 느끼면 큐비에관을 꽁무니로 뿜어내는 구조는 아세틸콜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세틸콜린은 동물 체내의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 우리 몸에서 아세틸콜린은 뇌 신경세포 사이의 의사소통이나 근육의 움직임에 관여한다.

위협을 감지하면 해삼은 꽁무니에서 큐비에관을 뿜어낸다. <사진=Ze Frank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rue Facts: Sea Cucumbers' 캡처>

조사 관계자는 "해삼 꽁무니에서 나오는 큐비에관은 아마도 호흡기 조직에서 진화한 듯하다"며 "일부 해삼은 우리가 입이나 코로 공기를 마시듯 엉덩이로 바닷물을 들이마시고 거기 포함된 산소를 호흡기로 보내는 식으로 숨을 쉰다"고 말했다.

이어 "해삼은 일반적으로 뛰어난 조직 재생능력을 가졌고, 이는 큐비에관도 예외가 아니다"며 "큐비에관을 분사한 해삼은 내장의 상당량을 잃어버리지만 1~3개월이면 모두 재생해 원래대로 살아간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해삼의 큐비에관이 물리적 강도가 뛰어나고 물속에서 급격히 부풀어 오르며 점착성이 강한 점에서 바이오미메틱스 분야의 응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