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개구리(Glass frogs)'는 수면 시 혈액을 간에 몰아넣는 방법으로 투명도를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장이 보일 정도로 온몸이 투명한 유리개구리는 지난 3월 새로운 종이 발견되며 학계 관심이 쏠렸다.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2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서 유리개구리가 잠을 잘 때 더욱 투명해지는 비결은 극적인 혈액 순환 조절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야행성인 유리개구리가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은신술을 조사했다. 야생의 유리개구리 11마리를 채취한 연구팀은 수면과 수면 중 각성, 마취, 일반적인 활동 등 다양한 상황 하에서 투명도 변화를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유리개구리가 수면을 취할 때 투명도를 엄청나게 높이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시광선의 90~95%가 몸을 그대로 통과하는 수준이었다.

나뭇잎에 붙어 수면을 취하는 유리개구리들 <사진=듀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Jesse Delia>

연구팀에 따르면 유리개구리는 오직 잠을 잘 때 투명도가 평소의 최소 34%, 최대 61%나 향상됐다. 개구리가 깨어 있을 때 상황별로 투명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유리개구리가 몸을 투명하게 해도 핏줄을 순환하는 혈액이 드러나는 이상 완전히 몸을 숨길 수는 없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개구리를 관찰한 연구팀은 특유의 혈액순환 조절을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개구리의 온몸을 혈액이 돌고 있으니 몸 자체가 완벽하게 투명해질 수는 없다"며 "유리개구리가 사용한 속임수는 간에 혈액 대부분을 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리개구리는 혈액순환을 감소하는 방법으로 무방비 상태인 수면 시 투명도를 극적으로 올릴 수 있다"며 "분광 측정 결과 혈액의 순환이 최대 89%나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유리개구리의 활동 및 수면 시 투명도를 다각적으로 비교한 이미지 <사진=듀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Taboada et al>

유리개구리들이 잠에 빠지면 감소한 혈액들은 모두 간으로 모여들었다. 적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간에 숨긴 혈액은 개구리가 눈을 뜨면 즉시 온몸을 돌아 정상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

이 놀라운 은신술은 유리개구리만의 것은 아니다. 연구팀이 열대 청개구리 3종을 조사한 결과 수면 중 적혈구 순환이 1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혈액 순환 억제율이 유리개구리만큼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다. 

조사 관계자는 "체내 혈액을 90%나 감소시키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회복하는 유리개구리의 능력은 인간에게 적용할 여지도 있을 것"이라며 "극적인 혈액순환 조절에도 혈전이 생기지 않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면 혈전증이나 뇌졸중 등 치명적 혈관 질환의 치료법이 개발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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