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노스 1세의 석관에 새겨진 긴 글이 애틋한 '러브레터'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500년 전 만들어진 이 석관에 잠든 안티고노스 1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휘하의 마케도니아 맹장이자 훗날 안티고노스 왕조를 연 인물이다.

튀르키예 이즈닉 박물관은 지난달 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500년 된 안티고노스 1세의 석관에 새겨진 길고 감동적인 러브레터의 내용을 공개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러브레터는 안티고노스 1세가 석관에 안치된 뒤 정성스럽게 조각됐다. 안티고노스 1세의 석관 겉면을 두른 이 편지를 누가 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어로 된 안티고노스 석관 위 긴 글이 러브레터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영어로 번역된 편지의 내용은 애틋하기 그지없다. 안티고노스 1세의 사후 작성자가 겪은 비통함과 심적 고통을 상세하게 드러냈다. "나 아레테(Arete)는 안티고노스 1세의 무덤 앞에서 온몸으로 울부짖고 있다"는 대목에서 작성자를 추정할 수 있으나,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박물관 입장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남의 편지를 읽는 건 요즘에는 결례지만, 이 특별한 러브레터는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요한 기념품"이라며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안티고노스에 대한 편지라면, 고대 그리스 및 주변국 역사를 공부하는 데 좋은 자료"라고 전했다.

모노프탈모스(애꾸눈)라는 별칭을 가진 안티고노스 1세는 필리포스 2세와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섬긴 귀족이자 전사, 장군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치세에 보병부대 지휘관에 올랐고, 프리기아 총독에 임명됐다. 프리기아에서 페르시아 대군과 싸움에서 이기는 등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페르시아 정복에 앞장섰다.

'애꾸눈' 안티고노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도와 활발한 정복활동을 펼쳤다. <사진=pixabay>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기원전 323년 광대한 영토를 남긴 채 죽었다. 이 시점에 마케도니아 왕국은 517만㎢ 정도의 대륙을 통치했다. 얼마 가지 않아 대륙은 3개로 분열됐는데, 안티고노스는 현재의 터키에 해당하는 지역에 왕국을 건설하고 초대 왕이 됐다.

이후 아들과 함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지배하던 마케도니아를 무대로 정복활동을 펼친 안티고노스 1세는 81세였던 기원전 301년 입소스 전투에서 전사했다.

일부 학자들은 안티고노스 1세의 석관에 새겨진 러브레터가 아내 스트라토니케가 직접 쓴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이를 입증할 증거나 자료는 현재 아무것도 없다. 귀족 코르헤오스의 딸 스트라토니케는 기원전 340년 안티고노스와 결혼해 데메트리오스 1세 폴리오르케테스와 필리포스를 낳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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