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버섯 속 환각 물질과 마약을 정신 장애 치료에 사용하도록 허용하면서 논란이 한창이다. 우울증이 사회에 야기하는 피해가 큰 만큼 현명한 판단이라는 반응 한편에선 이런 물질이 우울증을 완화한다는 실험 결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은 이달 초 통상적인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 버섯 속 환각 물질 실로시빈(Psilocybine)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합성 마약 MDMA를 처방하도록 승인했다.
TGA는 두 약물을 모두 공인된 정신과 의사가 처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의사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 및 PTSD 치료에 이들 약물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만 처방할 수 있다. 두 약물의 개인적 사용이나 다른 질환에 대한 처방 및 사용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실로시빈은 그간 다양한 질병 완화 효과로 주목을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논문에서 실로시빈이 알코올 의존증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로시빈은 매직 버섯(magic mushroom)으로 통칭하는 환각류 물질을 함유한 버섯에서 추출하는 천연 물질이다.
엑스터시로 부르는 MDMA는 마약의 일종으로, 이를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환각을 일으키며 중독성이 강한 위험한 마약인데, PTSD에 유효하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스위스 등 일부 국가는 치료 목적에 한정해 MDMA의 정신병 처방을 허용하고 있다.
두 약물의 치료제 허용에 대해 TGA는 "대상 질환으로 정상적인 약제가 듣지 않는 환자는 호주 내 수천 명에 이른다"며 "새로운 치료의 길을 터줄 필요가 있어 내린 결정"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중독될 경우 신체에 악영향을 주는 약물로 정신 질환을 고치는 이이제이 치료를 두고는 비판이 여전하다. TGA가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는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 학자들은 두 물질이 중증 우울증이나 PTSD에 유효한지 추가 실험을 통해 입증한 뒤 사용을 승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