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지능을 가진 문어의 몸통에 측정기를 부착, 뇌파를 기록하는 시도가 사상 최초로 성공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지력으로 잘 알려진 문어는 측정기 부착마저 어려운 동물이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 연구팀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문어가 자유롭게 지낼 때의 뇌파를 처음으로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두족류인 문어는 포유류 정도의 지능을 가진 수수께끼의 동물이다. 단순히 지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등 각종 능력이 척추동물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문어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문어의 뇌파가 이 신비로운 동물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인 만큼 평상시 뇌 활동 측정을 시도했다. 문어의 뇌파를 상시 파악할 수 있다면 이미 나와있는 포유류의 데이터와 비교 분석도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문어의 뇌파 측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몸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뇌파 측정기를 고정할 두개골도 없다. 뭣보다 문어는 아주 영리해 인위적인 물체가 몸에 달라붙으면 능숙하게 떼어내버린다.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비행 중 새의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소형 데이터 로거(신호를 디지털로 처리해 저장하는 장치)를 동원했다. 장치를 방수 처리한 뒤 문어의 다리가 닿지 못하는 외투막(머리) 안쪽에 부착했다.
이후 전극을 문어 뇌의 수직엽과 전두엽에 매립했다. 이 부분들은 시각에 의한 학습이나 기억을 관장하는 중요한 뇌 영역이다.
연구팀은 데이터 로거 이식을 거친 문어를 해양 환경을 재현한 수조에 넣고 카메라로 12시간가량 관찰했다. 문어는 자유롭게 수조 안을 돌아다니거나 먹이활동을 했다. 중간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확인됐다.
실험 관계자는 “데이터 로거를 떼어내 정보를 체크한 결과 문어 뇌파가 뚜렷하게 기록돼 있었다”며 “크기나 파형이 포유류와 흡사한 구간도 있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길고 느린 진동도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문어의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영역에 측정기를 부착할 수 있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학습 상황에 놓인 문어들의 뇌파 변화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문어가 가진 고도의 학습 능력과 사회성, 몸통과 다리의 독특한 제어 방식 등 여러 의문을 풀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문어는 아주 똑똑하지만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며 “문어의 뇌를 들여다보면 문어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생물의 비밀까지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