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이 돌아올 때까지 온몸이 눈에 파묻힌 채 알을 품는 암컷 독수리가 관찰 카메라에 잡혔다. 동물학자들은 혹한에 알을 지키기 위해 교대로 둥지를 지키는 독수리의 엄청난 자식 사랑은 물론, 일부일처제 동물의 끈끈한 유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어류야생동물보호국(USFWS)은 지난달 말 공식 트위터를 통해 혹한에 필사적으로 알을 지키려는 흰머리수리 부부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흰머리수리는 미국의 국조로, 영상 속의 개체는 USFWS 부지 내 숲속에 둥지를 틀었다.

이 영상에는 지난 2월 말 미네소타 주를 강타한 폭풍과 폭설로 새하얗게 변한 숲속 풍경이 담겼다. 둥지에 앉은 독수리 암컷은 머리만 빼고 몸이 다 파묻힌 상태에서도 꼼짝하지 않고 둥지 속의 알들을 품었다.

눈에 몸이 완전히 파묻힌 상태에서 알을 품고 있는 암컷 흰머리수리가 관찰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USFWS 공식 트위터>

이윽고 독수리 수컷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다. 수컷은 곧바로 암컷과 교대해 눈에 파묻힌 둥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생 한 배우자와 사는 독수리는 독박육아 없이 알을 같이 품고 새끼도 함께 키우는 동물로 유명하다.

USFWS 관계자는 "폭풍우가 몰아친 뒤 눈 덮인 둥지 속 알을 독수리 부부가 교대로 지키는 영상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며 "혹한에 알들을 그대로 두면 부화도 못하고 얼어버릴 것을 아는 암컷은 꼼짝 않고 체온을 알에 나눠줬다"고 전했다.

이어 "수컷과 교대해 겨우 한숨 돌린 암컷은 쉴 생각도 않고 알의 상태를 걱정스러운 듯 확인했다"며 "말 못 하는 동물들의 이런 극진한 자식 사랑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눈도 아랑곳하지 않고 알을 품은 흰머리수리 부부는 둥지도 함께 만들었다. <사진=USFWS 공식 홈페이지>

USFWS에 따르면 수컷과 바통 터치한 암컷은 곧바로 체력 보충을 위한 사냥에 나섰다. 영상을 접한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독수리들이 둥지의 눈을 굳이 치우지 않은 것은 혹시 모를 다른 포식자의 약탈을 피하기 위한 현명한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흰머리수리는 배우자에 대한 신뢰와 유대가 강한 동물로 잘 알려졌다. 흰머리수리 암컷은 보통 한 번에 두 개의 알을 낳고, 둥지를 틀고 알을 데우는 것부터 병아리 돌보기까지 부부가 똑같이 참여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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