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때 버섯들은 전기 신호를 통해 '수다'를 떤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식물이 어떤 방법을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가설을 입증한 이번 실험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일본 교토대학교와 토호쿠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일 공개한 연구 성과에서 숲의 유기물을 분해하고 토양에 무기물을 공급하며 식물을 키워내는 버섯의 숨은 생태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비가 올 때 버섯 사이의 전기 신호가 증폭되며, 이를 통해 버섯 무리에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많은 버섯들이 빗속에서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이를 '수다'로 표현했다.

식물이 어떤 수단에 의해 서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가설은 오래전에 나왔다. <사진=pixabay>

버섯이 지하에 광활한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동료나 주변 나무 등 식물과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가설은 이전에 나왔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숲속 참나무나 소나무 인근에 자생하는 쌍색졸각버섯을 관찰했다.

야생 쌍색졸각버섯 6개에 전극을 부착한 연구팀은 비가 내릴 때 버섯들의 전기 신호가 증폭되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버섯의 전위가 낮았지만 비가 오면 100mV(밀리볼트)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를 이끈 토호쿠대학교 유 후카사와 교수는 "이런 전기적 변동과 강수량·기온의 관계를 들여다본 결과, 비가 올 때 버섯끼리 전기적 신호 전달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올 때 두드러지는 전기 신호는 인접한 버섯끼리 특히 강했다"며 "이를 통해 버섯들이 어떤 정보를 주고받는지 현재 알 수는 없지만, 생존과 숲의 유지에 중요한 내용임은 틀림없다"고 추측했다.

숲속 쌍색졸각버섯 6개에 전극을 설치하고 비가 올 때 전기 신호 변화를 감지하는 실험 <사진=유 후카사와 트위터·토호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일부 생물학자들은 버섯이 무려 50개 단어로 대화하며, 의식이나 기억이 있다고 본다. 연구팀은 이런 대화가 전기 신호로 이뤄질 가능성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후카사와 교수는 "숲의 버섯은 낙엽이나 마른 나무,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을 분해해 영양분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분해자'로 알려졌다"며 "이번 관찰을 통해 우리는 버섯이 전기 신호를 통한 대화로 숲에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전달자'임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식물이 전기 신호를 통해 일종의 대화를 한다는 주장은 전에도 나왔다. 연구팀은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의 전유물이 아니며, 뿌리를 땅에 박고 사는 식물도 대화로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을 추가 연구를 통해 입증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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