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물자가 제한적인 우주정거장에서 바삭한 감자튀김을 먹는 날이 올까. 그 가능성을 알아보는 흥미진진한 실험이 최근 진행됐다.
유럽우주국(ESA)과 그리스 테살로니키아리스토텔레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6일 각 공식 채널을 통해 미세 중력 환경에서 기름을 끓이고 감자를 튀기는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실험은 노브스페이스 사가 에어버스 A310 비행기를 이용해 진행하는 미세 중력 프로젝트 '제로 지(ZERO-G)'를 활용했다. 공동 연구팀은 A310 내부에 감자를 튀길 간단한 장비를 설치한 뒤 하늘로 날아올랐다.
튀김은 원래 물리학 및 화학이 관련된 간단하지 않은 요리다. 게다가 환경이 미세 중력 또는 무중력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뜨거운 기름에 식재료를 넣으면 내부 수분이 끓어 거품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이 거품은 식재료 표면을 벗어나는 즉시 기름 위쪽으로 떠오른다. 다만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거품이 표면을 뒤덮어버려 식재료가 제대로 익지 않는다고 학자들은 여겨왔다.
다만 이번 실험에서 거품은 생각보다 감자 표면을 쉽게 벗어났다. 덕분에 뜨거운 기름이 감자와 접촉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 ESA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미세 중력에서도 튀김을 조리할 가능성이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항공기를 이용한 미세 중력 구현 시간이 약 20초로 짧은 점에서 향후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실제 우주에서 추가 실험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ESA를 비롯해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은 비행사들이 다양한 식품을 섭취할 방법을 연구해 왔다. ESA는 밀폐 상태에서 기름을 끓여 식재료를 튀기는 장치를 2017년 노브스페이스 제로 지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실험했다. 당시 ESA는 기름과 감자가 접촉할 때 생기는 거품이 조리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NASA는 업그레이드된 우주식을 지난 1월 발표했다. 피실험자 16명을 모집, 폐쇄된 공간에서 45일간 테스트한 NASA는 콜레스테롤과 스트레스의 지표가 되는 호르몬의 일종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또한 새 우주식을 섭취한 사람들은 인지력이나 정확성, 주의력 등 전체적인 두뇌 퍼포먼스가 향상됐다. 음식물 분해나 면역기능 유지를 담당하는 장내 세균총 역시 전보다 안정됐다.
참고로 현재 우주비행사가 임무 중에 갓 튀긴 감자를 먹을 방법은 없다. ISS에서 우주식 조리에 이용할 수 있는 기구는 플레이트 히터(약 80℃ 가열 가능)와 온수 또는 상온의 물뿐이다.
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우주비행사의 식생활을 당장 변화시키지는 못해도 향후 보다 많은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