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부화한 문어 새끼 수십 마리가 심해 열수 분출공에 다닥다닥 붙어 자라는 장관이 포착됐다.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OI)는 2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코스타리카 앞바다 3000m 심해에서 문어 새끼 수십 마리가 모여 자라는 '문어 어린이집'을 소개했다.

사진은 SOI가 운용하는 해양 생태계 조사선 '팔코(Falkor)'의 도라도 아웃크롭(Dorado Outcrop) 탐사 과정에서 찍혔다. 이곳은 중앙아메리카 국가 코스타리아 연안의 해저 2800~3000m에 광활하게 조성된 열수 분출공 지대다.

코스타리카 해저 3000m에 자리한 도라도 아웃크롭. 열수 분출공에 자리를 잡은 새끼 문어들이 자라고 있다. <사진=SOI 공식 홈페이지>

SOI가 도라도 아웃크롭 열수 분출공에 붙어 자라는 문어들을 처음 발견한 건 2013년이다. 팔코에 탑재된 원격 조종 잠수정 수바스티안(SuBastian)을 통해 해저를 살피던 SOI는 문어 새끼들이 심해 열수 분출공에 꼭 들러붙어 있는 희한한 광경을 포착했다.

당시 SOI 학자들은 일부 문어가 비교적 온도가 낮은 심해 열수 분출공 부근에서 서식한다는 가설이 들어맞았다고 환호했다. 이후 SOI는 정기적으로 수바스티안을 도라도 아웃크롭에 내려보내 생태계를 살펴왔다.

SOI 관계자는 "이번 탐사에서는 열수 분출공 지대의 문어 알이 부화하는 순간도 처음 확인됐다"며 "수심 3000m 심해에 어미가 낳은 알이 부화해 새끼가 되고, 열수 분출공에 붙어 자라는 장면은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SOI의 심해 잠수정 수바스티안 <사진=SOI 공식 홈페이지>

수바스티안은 문어뿐 아니라 도라도 아웃크롭에 서식하는 수백 마리의 생물 사진과 영상도 담아왔다. SOI 학자들은 이 가운데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분석 중이다. 

SOI는 올해 북대서양 조사를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7대륙을 낀 전체 바다의 심해를 잠수정으로 탐사하는 장대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저 지도를 만들고 생물 다양성을 조사하는 한편, 지구 온난화가 해저에 야기한 영향들도 평가할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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