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중심부 열로 데워진 물이 분출하는 심해 분출공에서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세균이 발견됐다. 학계는 지구 생명 기원의 탐구는 물론, 외계 생명체 탐색에 힌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약 35억 년 전 지구 환경을 간직한 심해에서 주자성 세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주자성 세균은 자기를 감지, 자력선 방향으로 이동하며 사는 세균이다.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광활하고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심해 열수 분출공에서 이 세균을 확인했다. 마리나아 해구는 태평양판이 필리핀해판에 부딪혀 밀려 내려가며 형성됐으며, 원시 지구에 가까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탐사를 이끈 도쿄대 대학원 스즈키 코헤이 준교수는 "지금까지 학계는 주자성 세균이 심해 열수 분출공에는 없을 것으로 여겼다"며 "뜻밖에도 이 세균들은 열수 분출공, 심지어 약 35억 년 전의 원시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주자성 세균은 체내에 마그네토솜(magnetosomes)이라는 특이한 기관을 가졌다. 여기서 자성을 띤 검은색 산화철 광물 자철광의 나노결정을 합성한다. 마그네토솜은 나침반처럼 작용해 주자성 세균의 이동 경로는 지자기 방향과 일치한다.
스즈키 준교수는 "주자성 세균의 이런 특성은 심해에서 보다 신속하게 이동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며 "분출공의 주자성 세균들은 세로로 쉽게 이동했는데, 이는 세로 방향으로 산소나 철 등의 농도가 다른 심해에서는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심 2787m 심해에 굴뚝처럼 뻗는 열수 분출공 내부는 화학물질의 농도 차이가 세로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아 주자성 세균이 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며 "게다가 마리나 해구는 자력을 감지하는 세균의 능력이 유용하지 않다고 여겨졌는데, 모두 편견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주자성 세균의 마그네토솜은 총알처럼 생겼다. 이런 형태는 생물학적으로 아주 원시적이다. 연구팀은 마리아나 해구 밑의 환경이 35억 년 전 지구와 비슷한 점에서 이 세균이 원시 생물과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스즈키 준교수는 "마리나 해구의 심해 열수 분출공은 우리 인류의 고향일 수도 있다"며 "지구 생명이 탄생한 곳의 유력한 후보지인 동시에 외계 생명체를 특정할 정보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추측했다.
교수는 "이번에 주자성 세균이 발견된 곳은 지표면에 물이 존재하던 약 30억 년 전 화성과 비슷하다"며 "지구 밖에서 난 생명체가 운석 등을 타고 날아왔을 가능성을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