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날개 특유의 살균 및 자가 세정 효과는 나노 필러 구조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여름 나무에 매달려 우는 매미는 우리에게 친숙한 곤충으로, 날개의 독특한 구조는 전부터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매미의 날개는 독특한 나노 필러 구조 덕에 강력한 살균과 자가 세척 능력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곤충학자들은 아주 얇은 매미의 날개가 세균을 죽일 뿐만 아니라 세균 사체를 자동으로 떨어내는 것을 이전 연구에서 알아냈다. 매미 날개의 살균 효과는 생각보다 강해 세균이 닿기만 해도 죽고, 세균의 사체 역시 날개가 알아서 처리하는 신기한 메커니즘은 오랜 기간 밝혀지지 않았다.

매미 날개 표면의 시뮬레이션 화면. 녹색 원이 나노 필러이며, 중앙의 원은 그 위에 붙은 세균이다. <사진=뉴욕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매미 날개의 기능을 파헤치기 위해 그 구조에 집중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매미 날개 표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한 연구팀은 초미세 기둥 구조물, 즉 일종의 나노 필러가 존재함을 알아냈다.

이후 연구팀은 포장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과 아크릴수지를 활용한 폴리머로 이 나노 필러를 실제로 만들어냈다. 이를 통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강력한 살균 및 자가 세정 효과를 확인했다.

실험 관계자는 "일반 매미 날개의 천연 나노 필러는 높이 약 150나노미터(nm)이고, 각 필러의 간격 역시 이와 비슷하다"며 "처음엔 이 초미세 필러에 세균이 관통되는 것으로 여겼지만, 시뮬레이션에서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A)매미 날개의 나노 필러 시뮬레이션을 측면에서 본 사진. 둥근 세균이 아래 나노 필러들 표면에 들러붙으면 각 필러 사이에 발생한 장력이 세균 외피를 찢는다. (B)흡착과 살균, 제거 등 매미의 날개 위에서 세균이 죽는 과정 <사진=뉴욕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슈퍼컴퓨터로 대장균 입자 모델을 약 100만 개 만들고 이들이 나노 필러에 닿았을 때 상황을 관찰했다"며 "나노 필러는 지질로 된 세균의 외막에 딱 달라붙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나노 필러의 강한 흡착력 때문에 들러붙은 세균 외막은 각 나노 필러 사이에서 팽팽하게 당겨지고, 장력을 견디지 못해 터져버렸다. 연구팀은 이것이 그간 숨겨졌던 매미 날개의 천연 살균 효과라고 결론 내렸다.  

실험 관계자는 "세균의 외막이 찢어진 후에도 필러 간의 장력은 계속됐다"며 "죽은 세균들의 사체를 날개에서 떼어낼 정도로 장력이 높아지는 덕에 매미는 여러 세균의 공격을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을 상징하는 매미 <사진=pixabay>

연구팀은 매미 날개에 숨은 능력이 세균에 따라 다르게 발휘된다는 점도 알아냈다. 대장균보다 외막이 튼튼한 리스테리아의 경우 세균 자체가 나노 필러에 잘 들러붙지 않았다. 나노 필러를 산화티타늄으로 코팅한 결과, 리스테리아 역시 대장균처럼 잘 달라붙어 살균됐다. 

뉴욕대 연구팀은 향후 보다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미 날개의 비밀을 더 찾아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약재가 듣지 않는 내성균을 특정하고,  의료기기 표면에서 번식하는 것을 막는 살균 코팅제를 개발할 방침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