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우주에 무거운 블랙홀의 씨앗(heavy black hole seeds)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처음 발견됐다. 천문학계는 빅뱅 직후 블랙홀이 어떻게 급속도로 성장했는지 의문이 풀릴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사독 전 관측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블랙홀의 씨앗은 초대질량 블랙홀의 탄생과 성장, 존재를 뒷받침하는 가설 중 하나다.

연구팀은 찬드라 X선 망원경의 관측 정보를 토대로 'UHZ1' 은하의 퀘이사를 조사하다 여기서 방출된 X선이 태양 질량의 4000만 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쏘아 올린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같은 X선을 포착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정보를 토대로 추산한 질량은 연구팀 생각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이 X선이 사상 처음으로 우주 초기에 무거운 블랙홀 씨앗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10억년도 지나지 않은 초기 우주에서 질량이 태양의 10억 배나 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발견되고 있다"며 "만약 블랙홀이 일생을 마친 별이 붕괴하며 탄생한다면 단기간에 초대질량 블랙홀까지 성장할 리 없다"고 전했다.

여전히 많은 수수께끼를 갖고 있는 블랙홀의 상상도 <사진=pixabay>

이어 "초기 우주에 괴물 같은 블랙홀이 존재하는 모순은 이번에 발견된 무거운 블랙홀의 씨앗을 통해 해명될지 모른다"며 "블랙홀은 수십억 년의 시간을 들여 주위의 가스와 먼지를 삼키고 다른 블랙홀과 합체를 반복해 덩치를 키울 수 있지만 초기 우주의 거대 블랙홀들의 존재를 입증할 방법은 딱히 없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하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의 질량은 태양의 430만~450만 배나 되는데, 거기까지 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태양의 50억~65억 배 질량의 'M87' 은하의 블랙홀도 마찬가지다. 다만 빅뱅으로부터 10억 년도 안 된 초기 우주에 이들과 맞먹는 거대한 블랙홀이 발견되는 이유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조사 관계자는 "해당 블랙홀들이 유구한 세월 주변 물질을 빨아먹었다고 해도 단기간에 그렇게 몸집이 커질 수는 없다"며 "초기 우주에 존재하는 거대한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할 씨앗 이론이 이번 관측을 통해 힘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빅뱅 역시 이론에 불과하지만, 그 이후 초기 우주에서 엄청난 덩치를 가진 초대질량 블랙홀이 생성된 이유를 해명하기는 불가능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특정한 무거운 블랙홀 씨앗은 질량이 태양의 약 4000만 배다. 원래 블랙홀은 일생을 마친 천체가 중력 탓에 스스로 붕괴하면서 탄생하지만, 블랙홀 씨앗은 거대한 가스 구름이 직접 붕괴하며 만들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별도로 가벼운 블랙홀 씨앗들은 우주 초기 별이 붕괴하며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조사 관계자는 "무거운 블랙홀 씨앗이 존재하는 은하는 아웃사이즈 블랙홀 은하(Outsize Black Hole Galaxy)라고 볼 수 있다"며 "빅뱅 이후 4억5000만 년 뒤 형성된 은하 'UHZ1'에서 확인된 퀘이사는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무거운 블랙홀 씨앗의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UHZ1' 속 퀘이사의 특징들은 아웃사이즈 블랙홀 은하를 연구하며 쌓인 이론이나 예측과 대부분 일치한다"며 "'UHZ1' 은하야말로 사상 처음 발견된 아웃사이즈 블랙홀 은하일 것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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