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계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공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지진계를 통해 전쟁의 양상을 파악하고 전황을 감시하는 새로운 발견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우크라이나 및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7일 공개했다. 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발을 지진계로 잡아낼 수 있다고 본 연구팀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쪽으로 약 100㎞ 지점에 자리한 국립정보센터 지진관측소를 이용했다.
이 관측소에 설치된 지진계 24개는 원래 폭발을 감지하는 데도 이용돼 왔다. 이곳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따라 국제적으로 핵실험을 감시하는 시설 중 하나다. 현재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자리한 만큼 연구팀 가설을 입증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실험실이었다.
실험 관계자는 "전쟁터의 일반적인 폭발로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매그니튜드 규모 약 1~2의 지진 신호가 발생한다"며 "지난해 2월11월 이후 키이우와 지토미르, 체르니히우에서 각각 일어난 폭발 1200회 이상을 음파와 지진파를 이용해 관측한 결과 전투의 양상을 생각보다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일어난 개별 공격을 거의 실시간으로 자동 식별하고 교전이 계속되는 분쟁지역을 지진계로 관측한 데이터는 놀랍게도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능가하는 정확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지구의 암반이 어긋나면서 지진이 일어나면 복잡한 상하운동 패턴을 가진 횡파가 발생한다. 이와 달리 폭발은 전방위로 일정 압력으로 퍼지는 압축파가 구형으로 퍼진다. 폭발로 인한 지진파는 지상에서는 초속 약 8㎞, 공중에서는 초속 약 0.34㎞의 속도로 수백 ㎞ 앞까지 전파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방법으로 유탄이나 로켓포 등 각종 공격과 관련된 지진 음향 신호도 구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 전쟁에 관한 보도의 정확도가 올라가고, 전쟁 중 자행되는 국제법 위반 여부를 감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 우크라이나에서는 세계 각국의 언론사가 보도한 것보다 훨씬 많은 폭발과 공방이 벌어졌음이 드러났다"며 "전 세계에 200개 넘는 지진 관측소와 초저주파 관측소가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양상을 제대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