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억1800만 년 전 고대 지구 해양 생태계에 서식한 새로운 포식자가 특정됐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자리한 것으로 보이는 신종 고생물은 나풀거리는 화려한 지느러미를 가졌으며, 화살벌레의 동료로 추측됐다.

한국 극지연구소(KOPRI)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캄브리아기 초기 활동한 것으로 생각되는 고생물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Timorebestia koprii)를 소개했다. 티모레베스티아는 라틴어로 '공포의 짐승'을 의미하며, 발견자를 기리기 위해 극지연구소의 이니셜을 뒤에 붙였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북부에 자리한 5억1800만 년 전 캄브리아기 초기 지층 시리우스 파셋에서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의 화석들을 발견했다. 시리우스 파셋은 세계적인 고생물 화석 라거슈테트(보존 상태가 양호한 화석이 많이 나는 지층)로 많은 학자들이 주목해 왔다.

화석을 바탕으로 제작된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의 상상도 <사진=Bob Nicholls>

극지연구소 박태윤 박사는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속·신종 포식동물"이라며 "형태로 미뤄 모악동물의 동료로 보이나 크기 면에서 차이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모악동물은 현재 바다에도 서식한다. 이름 그대로 턱 부근에 털이 난 것이 특징으로 동물플랑크톤인 화살벌레가 대표적이다. 화살벌레는 몸길이 1~10㎝이고, 모악동물이 전반적으로 몸집이 작은 데 반해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의 화석은 최대 30㎝가 넘어 같은 그룹에서도 괴물이라 이를 만하다.

고대 바다에서 가장 오래된 육식동물 중 하나로 보이는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는 긴 더듬이를 가졌고 턱이 머리 안쪽에 자리한다. 이는 턱이 머리 바깥쪽에 있는 다른 모악동물과 대별되는 특징이다.

화살벌레 중에서도 거대한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의 화석 단면도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시스·Dr Jakob Vinther>

연구팀이 이 신종 동물을 포식자로 여긴 결정적 단서는 뱃속에 남은 마지막 식사의 흔적이다. 그 정체는 고대 절지동물의 하나인 아이속시스(Isoxys)로 확인됐다. 아이속시스는 캄브리아기 열대 바다에 서식한 생물로,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 역시 비슷한 곳에 분포한 것으로 보인다.

시리우스 파셋 지층에서는 지금껏 여러 번 아이속시스 화석이 발굴됐다. 때문에 학자들은 아이속시스가 티모레베스티아의 아주 좋은 사냥감이라고 판단했다. 새로 확인된 고대 포식자는 아이속시스 같은 절지동물이 상륙하기 전 바다를 1000만~1500만 년이나 지배했으며, 이후 해양 생태계에 적응한 생물에 밀려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학계는 이번 티모레베스티아 코프리 화석이 초기 지구 해양 생태계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도 소개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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