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생명체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역설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헝가리 HUN-REN 생태학 연구센터는 4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노화는 질병이나 고통, 죽음 등 부정적인 요소와 직결되고 많은 학자가 극복할 방법을 연구 중이지만 정작 진화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종래의 진화론에서는 노화가 필연적인 현상이며, 어떤 생물도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됐다. 다만 학자들은 생물 중 회춘하는 종이 존재하고, 이론상으로 불로불사의 몸을 가진 것도 발견되고 있다.
노화에 뭔가 극적인 의미가 있다고 의심한 연구팀은 노화가 진화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해온 것이 아니냐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연구에 이용된 모델은 제한된 환경에서 생물 개체나 유전자의 장기적 행동을 시뮬레이션했다. 쉽게 말해 자연계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행해지는 진화의 프로세스를 몇 시간으로 압축했다.
실험 관계자는 “방향성 선택과 혈연 선택이 충분하다는 가정 하에서는 확실히 노화가 진화를 가속시킬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향성 선택이란 외적 존재나 환경의 변화가 형질을 일정 방향으로 이끄는 이론이다. 기린 목이 길어지는 진화가 대표적인 예다.
혈연 선택은 혈연관계에 있는 개체의 도움으로 유전자가 계승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은 번식하지 않고 자신의 어머니에 해당하는 여왕벌의 번식을 돕는 일벌이 좋은 예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환경이 변화하는 와중에 노화나 죽음이 어떤 개체에게 유리할 가능성을 떠올렸다”며 “이를 통해 보다 뛰어난 유전자 조성을 갖는 적응력 높은 자손과 경쟁해 생존이나 번식을 방해할 위험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즉 자연스러운 노화와 죽음은 더 나은 유전자를 가진 새로운 세대를 위해 시대를 양보하는 순작용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