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가 커지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다고 여겨지는 만큼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 연구팀은 25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미국인의 평균 뇌 부피와 표면적이 모두 커졌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인의 뇌 부피 및 표면적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1930년대와 1970년대 태어난 남녀 3226명의 데이터를 취합했다. 성비는 대략 반반이다. 데이터는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1948년부터 실시한 건강 추적 조사 플라밍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 FHS) 데이터와 1999~2019년 자기공명영상(MRI) 자료로 구성됐다. 

미국에서 1970년대 태어난 남녀는 1930년대생에 비해 뇌 부피와 표면적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그 결과 1970년대 출생한 사람들은 1930년대생에 비해 뇌 부피는 6.6%, 뇌 표면적은 15%가량 컸다. 뇌의 부위 중에서도 백질과 해마의 부피 증가가 뚜렷했다. 다만 피질의 두께는 세월이 갈수록 얇아졌다. 연구팀은 1930년대에 비해 1970년대가 어릴 때부터 보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 발육 상태가 좋은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UC 데이비스 신경학자 찰스 드칼리 교수는 "1930년대 출생자의 평균 뇌 부피는 1234㎖인데 비해 1970년대생은 1321㎖"라며 "또 뇌 피질의 표면적은 1930년대생은 평균 2056㎠, 1970년대생은 2104㎠였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인의 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알츠하이머 같은 노인성 질환은 장수 사회의 커다란 고민"이라며 "다만 미국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치매가 감소하는 연구도 있어 이번 조사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인지 예비능이 높은 사람은 나이를 먹더라도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pixabay>

뇌가 커진 것이 미치는 건강 상의 영향에 대해 드칼리 교수는 "원래 유전이 뇌의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지만, 우리의 발견은 건강과 사회, 문화, 교육과 같은 요인 또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뇌의 부피 증가는 인지 예비능의 향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 예비능이란 치매 등에 대한 뇌의 내구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인지 예비능이 높으면 뇌가 노화하더라도 치매에 덜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피실험자의 편중이 있고 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비교한 것이 아닌 점을 인정했다. 조사 대상 중 비 히스패닉계 백인 또는 건강한 고학력자 비중이 큰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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